[전기영] '영광이여 다시한번'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4시 40분
`업어치기의 달인' 전기영(23．한국마사회)이 도복 띠를 바짝 졸라맸다.
전기영은 93, 95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을 메친데 이어 96애틀랜타올림픽 86㎏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
하지만 지난 19일 막을 내린 제2회 부산동아시아대회 결승서 일본의 신예 후지타 히루미(21)를 맞아 무기력한 경기 끝에 고배를 마셨다.
당시 전기영의 금메달은 `따논 당상'으로 여겨졌다.
유일한 적수로 꼽혔던 후지타와는 지난 2월 오스트리아오픈 2회전서 만나 업어치기 한판으로 이긴바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경기내내 주무기인 업어치기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을 시도하다 후지타의 완벽한 수비에 막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채 오히려 역습을 허용했다.
"재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겠습니다."
사실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전기영은 `큰 일'을 이루고 난 뒤의 공허함으로 커다란 심적 갈등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 4월 창원에서 벌어진 2차 대표평가전에서는 예선 탈락해 그간 쌓아 올린 명성에 흠집을 냈다.
유도인들은 뒷걸음질을 치는 전기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고 일부에서는 그가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섣부른 진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주위의 평가가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마음을 다시 잡았다.
최근 머리까지 바짝 깎은 전기영은 25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태릉에 입촌, 새출발을 다짐했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고무줄 당기기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할 생각이다.
또한 주특기인 왼쪽 업어치기가 완전히 노출됨에 따라 허리기술 등을 익히고 공격의 시발인 잡기 테크닉을 연마하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오는 7월 최종 대표평가전에서 국내 1위 자리를 수성한 뒤 10월 파리세계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신화를 이룩한다는 다부진 각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