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솔루트 파워] 절대권력 가면뒤의 추악함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4시 40분
영화팬들은 미국영화에 대해 또한번 부러움을 느끼게 됐다. 절대권력으로 상징되는 미국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한 영화 `앱솔루트 파워'(Absolute Power)가 이를 확연하게 실감시켜준다.
지난 19일 끝난 제50회 칸영화제의 폐막작품으로 상영된 `앱솔루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제작 감독 주연 등 1인3역에 의해 완성된 작품으로 미국 대통령의 추악한 이면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다.
`앱솔루트…'에 등장하는 미대통령은 막후 실력자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거나 변태적인 성생활을 일삼는 인물로 묘사돼 있다.
얼마전 개봉된 한국영화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에서 여주인공이 농담하듯 중얼거리는 대사에 대해서도 `국가원수 모독' 운운하는 우리의 실정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영화의 첫장면에서부터 대통령의 권위는 사정없이 곤두박질친다. 30여년동안 `대도'로 명성을 날려온 루써(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대통령의 막후실력자 설리반(E G 마샬)의 집에 잠입했다가 대통령(진 해크만)의 변태적 성행위를 목격하게 되는 것.
대통령의 섹스파트너가 설리반의 젊은 아내라는 점, 또 경호원의 총격에 의해 그녀가 살해되자 강도행각으로 위장해놓고 기자회견을 통해 평생 고락을 같이해온 정치동지 아내의 살인범을 반드시 잡겠다며 공언하는 점 등이 충격적으로 묘사된다.
영화는 오히려 용의자로 몰리게 된 루써가 대통령의 추악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용의주도한 작전들을 펼치면서 액션스릴러로 반전되고,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인디펜던스 데이'나 `대통령의 여인' 등에서 보여지던 훌륭한 지도자상이나 인간적인 면모와는 전혀 동떨어진, 더럽고 비열한 얼굴의 미대통령이 미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국내개봉은 31일(단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