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17)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3시 47분
킹콩은 숨을 헐떡이며 공원의 도전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수비였다.
싸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살아온 킹콩으로서는 도저히 생리에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킹콩은 자신의 위기상황을 숨기고, 될 수 있으면 싸움을 하지 않기 위해 공원의 출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공원도 평생을 싸움으로 살아온 `선수'였다.
킹콩이 시커먼스에 이어 곰돌마저 박살낸 사실을 알고 있는 공원은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킹콩에게 도전장을 냈지만 곧 전략을 바꾸었다.
킹콩이 서있기도 힘들 만큼 지쳐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공원은 속전속결로 끝장내리라 마음을 굳혔다.
300㎏이 훨씬 넘는 불곰 2마리가 동시에 섰다.
선제공격은 역시 공원쪽이었다.
공원의 좌우연타가 터졌다.
그러나 수비만을 생각하는 킹콩을 제대로 때리는 데는 실패했다.
공원은 잇달아 주먹을 뻗었지만 살짝 스치거나 팔뚝정도를 때렸을 뿐 얼굴이나 목덜미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곳은 공격하지 못했다.
몇차례 공격에서 상대가 수비만 할 뿐 공격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챈 공원은 샌드백을 치듯 수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주먹만 휘둘렀다.
시간이 흐르자 먼저 지친 것은 킹콩이었다.
물론 공격만 한 공원의 체력 소모가 컸지만 킹콩은 곰돌과 한바탕 전투를 치른 뒤인데다 패트롤카를 피해 전력질주를 한 터여서 수비만하는 것도 힘겨웠던 것이다.
상대의 약한 모습을 본 공원은 `선수'답게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주먹의 적중률이 높아졌다.
킹콩에게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위기는 다음 순간에 이어졌다.
킹콩과 공원의 싸움을 멀리서 본 시커먼스가 살금살금 킹콩 뒤로 다가간 것이다.
시커먼스는 뒤에서 킹콩의 허벅다리를 깨물었다.
킹콩에게 덤볐다가 병원 신세까지 졌던 시커먼스가 조무래기들을 괴롭히던 비겁한 성격을 숨김없이 발휘한 셈이다.
공원만으로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킹콩은 뜻밖의 공격에 결정적으로 무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