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 (16)
기사입력 1997년 05월 25일 16시 48분
킹콩의 공격이 유난히 매서운 것은 다분히 계획적인 것이었다.
맘모스와 곰보살, 공원 등 만만치 않은 적수들이 나타난 이상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괜히 어쭙잖은 솜씨를 보이면 허약한 놈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시커먼스와 싸울 때는 이들 `빅3'이 없어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지만 곰돌과의 대결은 공개 스파링 성격을 띠고 있어 이기는 것으로만 만족할 수 없었다.
곰돌로서는 킹콩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아주 불행한 싸움을 하는 셈이 됐다.
킹콩의 주먹이 곰돌의 얼굴에 연거푸 박혔다.
킹콩의 무서움을 뒤늦게 깨달은 곰돌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빅3'의 시선을 의식한 킹콩이 곰돌을 놔줄 리 없었다.
킹콩은 뒤뚱거리며 달아나는 곰돌을 쫓아가 거세게 밀쳤다.
주먹세례로 이미 정신이 반쯤 빠진 곰돌이 넘어지자 킹콩은 허벅다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집요한 공격이었다.
패트롤카는 곰돌이 당하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상대를 확실하게 인식해야 사파리의 서열이 정해져 더이상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싸움은 킹콩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것이어서 `빅3'들이 충분히 관람을 할 때까지 계속돼야 했다.
곰돌이 초주검이 되자 비로소 패트롤카가 나섰다.
패트롤카 소리에 킹콩은 깜짝 놀라 곰돌에게서 떨어졌다.
킹콩은 습관적으로 멀리 달아났다.
나무 밑까지 10여m를 달아난 킹콩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곰돌과 한바탕 싸운 데다 패트롤카를 피해 죽을 힘을 다해 뛴 뒤여서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바로 그때, 또다른 곰이 킹콩에게 도전장을 냈다.
빅3 가운데 하나인 공원이었다.
공원은 숨을 헐떡이고 있는 킹콩에게 다가갔다.
킹콩은 당황했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 아니고 싸울 목적으로 찾아온 것을 감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정상 컨디션이라면 얼마든지 해보겠지만 지금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상황이어서 너무 불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