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비디오]아! 날아가버린 퍼펙트
기사입력 1997년 05월 24일 01시 20분
OB의 8회초 공격.
1사후 5번 심정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는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
2구째 몸쪽 직구에 허 운주심의 오른손이 번쩍 올라가자 대전구장에 모인 관중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팬들은 한화 정민철이 과연 퍼펙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3구째도 스트라이크.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몸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해 냈으나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포수 강인권의 미트에 스치면서 공이 뒤로 빠졌고 타자 심정수는 1루로 힘차게 뛰쳐나갔다.
백스톱까지 떼굴떼굴 굴러간 공을 강인권이 쫓아가 집어들었으나 이미 타자주자 심정수는 1루를 밟고 있는 상태.
한국 프로야구 초유가 될 뻔했던 퍼펙트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기록상으로 심정수는 삼진.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죽어도 실제는 산다'는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1루에 주자가 없을 경우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타자가 헛스윙을 한 뒤 포수가 공을 뒤로 빠트리면 타자는 주자가 돼 1루까지 뛸 수 있다는 야구조항에 따른 것이었다.
정민철은 남은 9회초를 완벽하게 막아내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수립했으나 퍼펙트가 어처구니 없는 상황 때문에 깨져서인지 `기쁘지만 즐겁지 않은 모습'이었고 한화 덕아웃과 대전구장 관중석에선 일제히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