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규] '나를 따르라'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4시 58분
집안이 어려울수록 장남의 역할이 커지는 법.
가뜩이나 안 풀리는 마당에 주포 박재홍까지 허리부상으로 빠진 현대에 최고참 윤덕규（34）의 활약이 돋보인다.
박재홍의 공백을 대신해 클린업트리오인 3번 타순에 서고 있는 윤덕규는 시즌 초반 대타로만 출전하며 벤치를 지켰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매서운 방망이질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2일 해태전서도 윤덕규는 베테랑다운 노련한 배팅으로 유일한 위안거리가 됐다.
1회초 무사 1,2루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코스인 3루수 앞으로 보내기번트를 굴려 소임을 다했다.
이어 6회에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8회에는 중전안타를 터뜨려 조용한 현대타선에서 유일하게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윤덕규는 최근 5게임에서 21타수 7안타로 3할3푼3리의 타율에 2루타 2개, 홈런 1개로 절정의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개막 이후부터 한번도 감이 나빴던 적이 없어요. 어쨌든 살아나가려고 애를 쓰지만 팀이 워낙 안되니 걱정이네요."
윤덕규는 혼자 잘 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오랜 슬럼프에서 깨어나 요즘 막 감을 찾기 시작한 이숭용이나 장정석 등 후배 왼손타자들에게도 수시로 도움말을 해준다.
박재홍이 언제 컴백할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역을 맡은 윤덕규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