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박찬호 중계' 진땀나는 하일성 위원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4시 58분
LA다저스의 박찬호가 선발등판 하는 날이면 박찬호보다 더 가슴을 졸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KBS 하일성해설위원.
등판 하루 전에는 머리가 쭈뼛쭈뼛 설 정도로 신경이 쓰여 잠까지 설친다.
메이저리그를 훤히 꿰뚫고 있는 야구 마니아들이 늘어나 해설도 전문적인 수준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야구 전문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다저스와 상대팀 선수들의 기록을 미리 뽑아놓고 해설을 준비하지만 막상 TV중계가 시작되면 진땀을 흘리기 일쑤.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멘트를 위해, 현지에서 들려오는 생음을 거의 줄인 상태에서 모니터만 보고 방송진행을 하다보니 `장님 문고리 잡는' 심정이다.
현지 로컬방송의 카메라 전개는 왜 그리도 빠른지.
미국 MLBI（메이저리그 인터내셔널）사의 화면을 직접 받다보니 이닝 중간에는 CF가 들어가 간혹 아웃카운트나 볼카운트를 착각할 때도 있다.
어렵게 중계방송을 마친 뒤에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지난 17일 신시내티전처럼 박찬호가 조기강판할 경우 방송국 편성상의 문제로 끝까지 중계를 못하면 "왜 중간에 끊느냐"며 팬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또 계속 중계를 하면 "왜 TV에서 야구만 보여주느냐", "외화낭비다"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하위원은 "일일이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도 없고 난감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나름대로의 고충을 설명.
지난 22일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샌디에이고전에서도 연장전을 끝까지 중계하지 못한채 오후 5시40분 롯데-OB전의 중계를 위해 헐레벌떡 잠실구장에 나타난 하위원은 주위사람들에게 괜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지난주 일본 NHK－TV에서 `하일성 특집'을 방송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친 명예에 금이 갈까 조바심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