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노처녀의 애타는 속마음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4시 58분
필자는 승당 임영신여사께서 세운 학교를 다녔다.
우리가 입학을 했을 때 승당박사는 이미 노회한 몸이어서 우리에게 `할머니'의 호칭을 들으셨는데….
영신 할머니는 입학식 때마다 특히 여학생들 쪽을 보며 이런 말씀을 하시던 생각이 난다.
"나는 이승만 대통령의 프로포즈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끝내 결혼치 않았다. 난 너희들에게 권하노니 가급적 결혼을 하기 바란다. 안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거든."
결혼식장에 갈 짬이 없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나 예식장의 계단만 밟아도 졸도를 한다는 사람, 누구랑 한 이불을 쓰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인다는 사람도 아니면서 이유없이 늦도록 독신상태를 유지하는 여자들이 많다.
결혼을 왜 안하냐(못하냐)고 물으면 나름대로 그럴 듯한 답변을 한다. `영 시간이 나지 않아서….', `일과 이미 결혼을 했다', `울 아부지 말쌈이 남자는 전부 도둑놈이라는데 어떻게 범법자와 사나?', `내 눈에 차는 남자가 없더라' 등등이다.
그러나 그녀들도 마음 속으로는 결혼에 애타는 걸 알 수 있다. 이 이야길 들어보시라고.
나이가 꽉 찬 미스김은 이번에 걸리는(?) 남자는 누가 됐건 물고 놓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만나는 남자마다 유부남이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이럴 때 하는건가.
그녀가 어느날 부산 가는 우등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 비록 나이는 약간 들어보였지만 미남였고 분위기가 있어 보이는 남자를 만난 것이다.
미스김 "선생님은 어딘가 우울하게 보여요. 지금 얼굴도 창백하구요." 사나이 "오랫동안 햇볕을 보지 못했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느라? 아니면 예술가신가요?"
"사실은 22년을 옥살이를 했죠?"
"어머나！ 무슨 일 때문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습니까?"
"22년 전 결혼한 첫날밤에 아내를 몹시 때렸다가 2년형을 살았구요 나와서 금방 다시 결혼했죠. 그 여자를 첫날밤에 목졸라 숨지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20년형을 살고 막 출감했죠."
그러나 미스김의 눈빛은 이상한 기대감으로 빛났다.
"그러면 선생님은 현재 독신이시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