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조직강화 (13)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14시 58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보사태에 대한 의혹이 그에게 집중되었고 급기야 야당 의원들이 `몸통'의 실체로 그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검찰에 고소했지만 허원행은 이것이 그의 마지막 몸부림임을 잘알고 있었다.
허원행은 측근 참모들과 의논한 끝에 `한보사태는 무조건 청와대의 책임이며 그렇다고 야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논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과거 정태수 회장의 로비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과학연구소 상근팀들이 틀림없이 야권에도 한보 돈이 흘러갔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논조가 이렇게 나가자 이번에는 야당에서 공격의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야당은 한보의 로비대상이 아니다."
"정태수가 왜 야당에 돈을 주겠느냐."
그러나 여야의 `비젼21'에 대한 반발은 오히려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켜 발행부수가 곱으로 늘어났다.
쉽게 말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미래사회연구회 조직은 날이 갈수록 번창해갔다.
뜻있는 사람들이 속속 회원으로 가입했다. 학자, 교수는 물론 은퇴했던 정치인, 작가, 변호사, 연극인까지 속속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중 저명인사들을 선별하여 지방을 돌며 시국강연을 열었다.
청와대에서 정국돌파를 위해 국무총리를 경질하고 몇몇 장관을 바꾸는 개각을 단행 했지만 이미 그정도로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다. 21세기를 대비하는 `미사회'조직은 대권후보들의 사조직 규모를 훨씬 앞질러갔다.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자는 이 모임은 아무리 뜯어봐도 무색무취에 전체적인 깃발이 정치냄새를 피우지 않았다.
"우리는 어느 정당과도 연결되어 있지않다. 오직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모임일 뿐이다. 여당도 야당도 정도를 가지않으면 무차별 공격한다. 그대신 기존 정치인들의 의견도 귀담아 들을 것이다."
정대철, 이부영, 박철언, 정몽준 같은 차세대 지도자들을 초빙하여 정치강연도 들어보고 언론인들도 초청하여 의견을 들었다. 내각제와 대통령제에 관한 연구논문도 책으로 묶어 출판했다.
다수의 회원들이 적게 또는 많게 성금을 내어 활동비에 보태쓰기도 했다. 허원행은 조직이 갑자기 확대되자 오히려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 이런게 아니었는데… 이거 어떡하면 좋지?'
생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은 건전한 사회단체를 만들라는 압력이다. 이건 처음엔 계획에도 없던 사태다. 회원을 많이 늘려 대선때 한몫 하자던 것이 정치 사회를 건전하게 비판하는 사회단체로 그 체질이 바뀌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실천 연합회. 즉 경실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