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비디오]이대진 호투 현대타자 '농락'
기사입력 1997년 05월 23일 00시 29분
공 1개마다 타자와 신경전을 벌이다 보면 어깨보다 뒷머리가 더 뻐근할 지경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간단한 일도 없다.
타자가 기다리고 있는 구질의 반대로만 던지면 되기 때문이다.
해태 선발 이대진이 시즌 3승째를 따낸 밑천은 얄미울 정도로 영리한 볼배합이었다.
5회까지 이대진의 승부구는 낙차가 무려 30㎝에 가까운 커브.
최고시속 146㎞의 직구로 윽박지르다가 결정적인 순간 맥이 탁 풀리는 110㎞대의 커브를 던지면 현대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초 2사 1, 2루 위기서 5번 이숭용에게 풀카운트에 8구째 뚝 떨어지는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3루서 9번 박진만을 비롯, 6회초 선두 1번 김인호, 2번 전준호에게 연거푸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다.
6회초 이숭용이 사구로 나가 만든 2사 만루에서 타석에는 6번 대타 하득인.
볼카운트 2－2가 되자 이번엔 5구째에 시속 144㎞짜리 직구를 몸쪽에 꽂아넣어 하득인을 뻣뻣이 세워둔채 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7⅔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 9개 가운데 7개를 커브로 장식한 이대진은 분명 `하드웨어' 못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가진 투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