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기] '컴퓨터세대엔 세자이름이 좋아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22일 15시 22분
"자녀에게 세자 이름을 지어 줍시다！"
컴퓨터 통신을 통해 세자 이름 짓기 운동을 펴는 젊은이가 있다.
대학생 네이밍전문회사 `이름 고을'의 열림빛（대표） 박항기씨（28）.
자신의 직함을 대표나 사장 대신, 회사를 연 사람이라는 뜻의 열림빛으로 쓰는 그는 이달초 하이텔에 `아이이름짓기（go name）' 코너를 개설하고 다음 세대에는 한자나 두자 이름 보다는 세자짜리 한글 이름을 지어주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신도 `박가람솔'이라는 세자 이름을 지었다. 강처럼 영원하고 소나무처럼 변치말라는 뜻이라고.
PC통신에 1만 5천여개의 한글 이름을 올려 놓은 그는 이 가운데 30％를 세자 이름으로 채웠다.
"김, 이, 박, 정, 최씨가 전체 성씨 가운데 50％를 차지하는 가운데 두자 이름을 지을 경우 필연적으로 동명이인을 낳게 됩니다. 인터넷 ID만으로 상대방의 정체성을 파악해야 하는 컴퓨터 세대에 관한한 중복의 여지가 적은 세자 이름이 훨씬 실용적이죠."
호칭의 불편함은 맨 끝자리 이름 한두자를 떼어내 부르는 것으로 해결된다고.
김정든솔의 경우 `솔아'로 부르면 된다는 것이다.
세자이름은 또 남녀의 성 구분을 배제한다는 장점도 갖고 있단다.
"`가람휘'의 경우 강과 같은 여유 기상 웅장함을 가지라는 뜻으로 남녀 공히 쓸 수 있습니다. 큰 별이 세상에 스며들었다는 `별스민' 등도 성 개념을 찾아보기 어렵죠."
순우리말 세자이름 짓기는 한편으로 우리 것을 되찾기 위한 뿌리 찾기 운동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혁거세 아사달 등 우리 조상의 이름은 원래 성을 뺀 3글자가 주를 이뤘습니다. 성 개념이 고착화되면서 성을 뺀 두자 이름이 둥지를 틀게 된 거죠."
부산 출신으로 17세때 사업가가 될 것을 결심한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때인 95년 후배 학생들과 함께 `이름 고을'을 설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