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최선 다하는 노장
기사입력 1997년 05월 22일 14시 59분
지난 21일 광주 현대전.
해태가 짜릿한 재역전승을 연출하자 관중들의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의 히어로는 쐐기 홈런을 날린 홍현우도, 승리를 따낸 조계현도 아니었다.
관중들은 `김정수'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노장 김정수（35）는 단연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김정수는 승리를 거두지도 세이브를 얻지도 못했다.
다만 8회 2사후 마무리 임창용에게 공을 넘길때까지 묵묵히 중간계투의 임무를 다했을 뿐이다.
2⅔이닝을 무안타로 막고 삼진을 무려 5개나 잡아내며 한점차로 숨가쁜 추격전을 벌이던 현대를 따돌렸다.
특히 자신의 전공과목인 좌타자 전준호 이숭용을 상대로는 차례로 삼진을 잡아냈다.
최선을 다하는 노장의 모습에 관중들은 박수갈채로 보답했다.
김정수의 가장 큰 강점은 스리쿼터형이라는 것.
팔이 옆으로 처져서 나오는 각도 큰 커브와 빠른 직구는 좌타자들에게는 가히 등뒤에서 날아드는 것처럼 위협적이다.
"짝배기가 짝배기한테 안타를 맞으면 챙피하지요, 잉∼."
올시즌 들어 모든 영광의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좌타자 전문 원포인트 릴리프로 물러난 김정수의 말이다.
자신의 보직에 대해 투덜거릴만도 한데 전혀 그런 눈치조차 없다.
지난 17일 쌍방울전에는 이원식의 부상으로 구멍난 선발에 합류해 21개월 2일만에 선발승까지 거두며 전천후로 뛰었다.
외진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김정수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키워갈줄 아는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