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의나고야통신] '국산 글러브'로 나고야 수호
기사입력 1997년 05월 22일 14시 54분
지난 19일 한국에서 자이언츠 스포츠라는 업체를 경영하는 김종원 사장이 나고야에 다녀 가셨다.
내게 줄 두가지 반가운 선물을 가지고 온 젊은 산타클로스다.
하나는 내가 쓸 글러브이고, 다른 하나는 맛있는 가래떡이다.
내가 워낙 떡국을 좋아해 나고야에서는 아침식사로 떡국을 즐겨 먹는데, 부탁했더니 방앗간에서 직접 뽑아 오셨단다.
나는 프로 입단후 10년 동안 자이언츠 스포츠의 `BMC' 글러브만 써왔고 지금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품질도 좋고 또 내가 의도한 대로 정확하고 꼼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마음놓고 사용할 수가 있다.
자이언츠 스포츠가 만드는 글러브를 생각하면서 야구용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최근 한국에서 부정배트 소동이 가라앉지 않고 있고, 어느 팀이나 삼성이 쓰는 `미제 미즈노' 방망이를 구하려고 애를 쓰다 구하지 못하자 한자루 갖고 여러 선수들이 돌려쓴다는 믿기 어려운 `코미디성' 얘기까지 들었다.
일본은 `스포츠과학'이 발달한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미즈노, 제트, 아식스, 요넥스, 사사키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름만 해도 여러 가지다.
나는 우리팀이 아식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식스와 `어드바이서 계약'을 해 약간의 돈도 받고 스파이크와 유니폼은 물론, 언더셔츠와 슬리퍼까지 제공 받는다.
그렇지만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글러브만큼은 일본의 어느 것과 비교해 봐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LG （이）상훈이와 요미우리 （조）성민이도 같은 글러브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기술수준보다는 수요가 적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대량생산을 하지 못하고 영세성으로 인해 개발을 못하기 때문에 스포츠용품의 발전이 일본보다 뒤진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경우 팀마다 각 용품회사의 직원이 상주하다시피 하며 자사제품을 써달라고 아우성이다.
장갑 한켤레 달라고 하면 박스째로 가져다 주니 `걸어다니는 광고판'을 100％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야구시장이 커져 수요가 늘고, 이에 맞춰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가 많아지면 한국에서도 좋은 제품이 많이 생산될 것으로 믿는다.
부정배트 사건도 마찬가지다.
좋은 국산제품을 만들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검증만 있으면 절대적으로 신뢰받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야구는 도구가 필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량도 보조하는 도구가 좋아야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한국의 동료－후배들에게 일본제품을 가끔 선물하면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용품의 질이 좋아져 한국선수들은 물론이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까지도 한국에서 모든 용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때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