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근] 오버래핑으로 무승 끝낸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1일 14시 35분
모든 일은 마무리가 좋아야 빛이 나는 법.
올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기로 한 안양 LG의 `꾀돌이' 김판근（31．DF）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대 초반의 신인들보다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투혼과 `축구 10단'의 고난도 발재간.
김판근은 지난 18일 97라피도컵 프로축구대회 4차전（2대2）인 전남전에서 수비수이면서도 골까지 기록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쳐 `유종의 미'를 거두어 가고 있다.
전반 루스타임이 진행되고 있던 46분.
LG 진영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은 김판근은 전남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중앙선을 쏜살같이 넘어 앞쪽에 있던 나이지리아 용병 빅토르에게 볼을 패스한 뒤 터치라인 오른쪽으로 무섭게 질주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까지 달려가 빅토르의 리턴패스를 받은 김은 전남 GK 페트로（유고）의 허를 찌르는 논스톱 오른발 강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수비가 본업이면서도 고비때마다 공격에 가담해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해온 김판근의 올시즌 첫골이자 프로생활 11년을 통틀어 13번째 골.
지난시즌 부상으로 `공격하는 수비수'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15게임 출전에 공격포인트가 전무했던 김판근은 97아디다스컵서 2개의 어스시트를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정규리그인 97라피도컵에서도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팀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김판근은 요즘 `죄인'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개인성적이 어떻든 간에 소속팀인 LG가 지난 18일의 전남전까지 올시즌 14경기（10무4패）를 치르도록 아직 1승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팀내 `맏형'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김판근은 "22일 오후 7시 안양 홈구장에서 현대와 갖는 프로스펙스컵 2차전에서 결단코 `무승（無勝）징크스'를 종식시키겠다"며 어금니를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