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산구완 아줌마' 모시기 경쟁
기사입력 1997년 05월 21일 14시 35분
`산구완 아줌마를 잡아라.'
신세대 산모（産母）들 사이에 `산구완 아줌마 모셔오기' 전쟁이 한창이다.
산구완 아줌마란 산모 대신 아기를 키워주는 육아전문인으로 힘들고 궂은 일을 기피하는 신세대 산모들이 늘면서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산모들의 산구완 아줌마 모시기 경쟁은 차라리 전쟁에 가깝다.
아기 잘 키우기로 소문난 `베테랑' 산구완인들의 경우 1∼2년전에 예약을 한 뒤 웃돈까지 쥐어줘야 겨우 모실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유층의 경우 딸이 임신도 하기 전에 산구완인부터 예약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는가 하면 산구완을 마친 뒤에는 남들에게 아줌마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결혼도 안한 딸 앞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고 있을 정도다.
이들의 월급은 일반 샐러리맨들 봉급을 능가하는 150만원 안팎.
그러나 이중에서도 `베테랑'으로 소문난 아줌마들을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을 내고도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산구완인의 주가가 이처럼 높아진 것은 전통적으로 산구완 역을 맡아온 산모의 친정－시댁 어머니들이 아기 기르기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
서울 YWCA의 김혜란 사업부장은 "예전과는 달리 할머니들이 손주 키우는데 인색해졌다"며 "대신 사돈과 비용을 반반씩 부담, 산구완인을 붙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아기 기르기가 워낙 피곤한 일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거와는 육아방식이 크게 달라져 옛날 방식을 고집했다가는 자칫 딸이나 며느리에게 원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산구완인들은 최신 육아기법을 총동원, 산모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고 있다.
지난달 첫 아기를 낳은 뒤 산구완인을 고용했다는 주부 김정현씨（30·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아줌마는 아기를 병원에서 데리고 오자마자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가 하면 이달부터는 영어 테이프를 들려주는 등 산모인 나보다 조기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산구완인의 인기가 치솟자 각종 여성단체들에는 산구완인이 되려는 수강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서울 YWCA의 경우 이달초 수강생 모집에 200여명이 몰려 경쟁률이 5대1에 달했으며 합격자 중 3분의 1은 대졸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