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회] '남성 재생수술자'모임 아시나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21일 14시 35분
`양준회（陽駿會）'를 아십니까.
`양기가 준수한 남성들의 만남'이라는 이색 모임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회원들은 뜻밖에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50∼76세의 노익장 27명.
이들은 과거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에 의한 발기부전증세로 남성의 능력을 상실한 뒤 최근 `재생수술'격인 음경보형물수술을 받고 20대 젊은이 못지 않은 `화려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이 주책이다'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드러내놓고 활동을 하지 않지만 `성에는 정년이 없다'는 확신아래 젊은이 못지 않은 정열과 관심을 갖고 있는 게 특징.
이들은 2개월에 한번씩 만나 성이나 건강을 주제로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인생 사는 이야기, 잠자리에서의 무용담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도 한다.
이 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 95년말.
음경보형물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수술후 느끼는 문제점이나 궁금증 등을 상담하면서 수술의 효과를 극대화해 활기찬 여생을 보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워낙 비밀스런 수술인데다 나이나 학력, 생활수준도 서로 달라 초창기만 해도 분위기가 무척 서먹서먹했다는 것.
김동수씨（가명．53）는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처럼 동병상련의 처지이다 보니 곧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며 "이제는 회원들 간의 경조사에 참석하고 인생 상담도 나누며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경제적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체 사장이나 퇴직 공직자 등이 대부분.
수술비가 500만∼1천만원에 이를 만큼 비싼 탓이다.
입단식도 별나다.
새 회원이 들어오면 폭죽을 터트리며 `악기를 위하여'라는 구호 아래 건배를 하는 별난 입단식을 치르는 것.
여기서 말하는 `악기'란 음경보형물을 은유적으로 부르는 그들만의 은어.
예를 들어 `악기를 구입한다'는 것은 곧 `음경보형물 수술을 받는다'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자녀들은 물론 아내에게도 자신의 수술 사실을 숨길 만큼 워낙 은밀한 수술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모임은 회원 수가 점차 늘어가면서 회원들 간의 나이 차가 커지자 `주니어'와 `시니어' 회원으로 구분해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임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준 남성클리닉 정정만원장은 "수술후 환자관리 차원에서 이 모임을 구상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며 "음경보형물 수술은 부끄러운 수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성에 대한 편견 때문에 쉬쉬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