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 옷을 사랑해야 진짜모델
기사입력 1997년 05월 20일 15시 36분
"모델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옷을 사랑하는 마음이죠. 옷을 사랑하지 않거나 옷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그 멋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요."
어느새 경력 9년의 베테랑이 된 이종희. '어느새'라고 말하는 건 72년생이라는 나이를 감안해서다. 고교 2학년"때인 88년에 데뷔했으니 '군기가 센'모델계에서 고참급이다.
그녀는 모델이 단지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 주는 직업이라면 아예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옷을 사랑하고 패션 모델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다.
에피소드 하나. 데뷔한 지 1년도 안돼 학교 다니랴, 모델 활동 하랴 힘겨워 리허설 도중 졸도한 적이 이었다.
디자이너가 "아니 어린 너를 다시는 안쓰겠다."라는 말을 듣고 플로어에 쓰러진 채로 "난 안할거야"라고 외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만큼 독한 면이 있다.
하지만 애지중지 기르던 애완견인 갈색 푸들'뭉치'가 죽은 이야기를 할 때는 눈가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감성이 풍부한 아가씨가 된다.
무대에서는 웨딩드레스처럼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표정에 자신이 있다. 다른 사람과 짝을 이뤄 나설 때 아직도 어색함을 느끼는 게 스스로 생각하는 단점.
결혼은 30세때 똑똑하며 '끼'가 있고,옷을 잡 입는 남자와 하고 싶단다.
평소엔 심플하고 여성스러운 베이지색, 감색 바지 정장이나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남대문, 이대 앞에서 쇼핑도 하지만 길이가 맞는 옷이 없어 티셔츠나 반바지만 산다.
별명은 이야기를 잘 한다고 해서 '종다리'. 꽃게 요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좋아한다. 한때는 살이 찌고 싶어서 돼지고기 비계만 골라먹은 적도 있다.
지난해 뉴욕대학에서 7개월간 어학 연수를 받고 올 1월에 귀국해 SFAA, 앙드레 김, 박재원 옴스크 쇼 등 14차례나 무대에 섰다.
은퇴한 후에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1m78.32-25-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