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차(茶) 풍년
기사입력 1997년 05월 20일 14시 52분
한라산에 차 풍년이 들었다.
제주도는 원래 감귤로 이름 높았으나 한라산 기슭 곳곳에 차밭이 생기면서 품질 좋은 고급차가 제주도의 특산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태평양은 지난 80년대 초반 제주도에 차밭을 조성하기 시작해 이제는 50여만평에서 400여t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차 생산지로는 전남 보성, 화계 지역이 유명했으나 이제는 제주도에 `1번지'의 영예를 내준 셈이다.
남제주군 대정리 서광다원의 경우 24만평에서 250t을 생산, 국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가 이처럼 차의 메카로 자리잡은 것은 빼어난 자연환경 때문이다.
기온이 따뜻하고 일교차가 커 차의 감칠 맛이 뛰어나고 강수량이 많은 데다 배수가 잘돼 차나무가 자라나기에 알맞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다른 지역보다 3배나 되는 것도 지리적 이점 덕분이다.
1년에 3번 따는 차잎 가운데 가장 맛있는 차는 처음 채취되는 `첫물차'.
5월이 바로 첫물차가 나올 때다.
문화체육부가 5월의 인물로 초의선사를 선정한 것도 바로 그가 추사 김정희와 함께 한국의 차 문화를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도에서는 첫물찻잎을 따는 데 한창이다.
올해에는 차잎을 따는 제주도 비바리들의 손길이 유난히 가볍다.
`차가 심장병과 암을 예방한다'는 학계의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차를 찾는 사람들이 어느 해보다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앙병원 민원기교수는 최근 대한임상병리학술대회에서 차가 붉은 포도주만큼이나 항산화제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심장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일본 사이마다 암연구센터 나카지 게이박사는 초의선사 학술대회에서 녹차를 마시면 발암률을 폐암 64％, 대장암 52％, 간암 45％, 위암 20％씩 줄일 수 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 주목을 끌었다.
차 산업이 더욱 희망적인 것은 대학생 등 젊은층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앞 등 대학가에서는 소주에 녹차를 섞어 `동방미인주'라는 이름으로 팔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으며 녹차 다이어트 또한 부작용 없는 다이어트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태평양 김종태 마케팅실장은 "녹차는 원래 기호식품이 아닌 약품이었다"며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수록 녹차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