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프로연맹 징계만능 행정
기사입력 1997년 05월 20일 14시 39분
◇…프로 그라운드가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라피도컵 정규리그의 승수쌓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데다 프로스펙스컵 경기가 사이사이에 끼어들어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선지 지난주에는 이례적으로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각 팀 코칭스태프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는가 하면 지난 14일 광양에서는 현대 황승주가 관중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다치기도 했지요.
그럼 수원 삼성 김 호 감독의 징계 소식부터 들어볼까요.
◇…삼성이 또다시 `징계 망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포항과의 라피도컵 홈경기때 판정에 불만을 품은 김 호 감독이 서정삼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심판실까지 진입한 혐의로 19일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4게임 출전정지와 벌금 160만원을 부과받은 것이지요.
삼성은 창단원년인 지난해 김감독이 2차례에 걸쳐 12게임（벌금 480만원）, 조광래 코치가 4게임（벌금 160만원） 등 코칭스태프만 모두 16게임 출전정지를 당했는데 올해 또다시 달갑잖은 기록을 추가하게 됐습니다.
특히 작년의 악몽을 생각해서라도 몸조심을 할 것으로 여겼던 김감독이 또다시 징계를 받자 구단 관계자들은 "고사라도 지내야겠다"며 한숨을 짓고 있습니다.
◇…벤치의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난 잘못으로 장외룡 김풍주 두 코치가 나란히 징계를 받은 부산 대우도 예삿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프로축구연맹의 일처리에 대해 말들이 많더라구요.
◇…그렇습니다. 그들의 `몰상식 행정'이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연맹은 지난 9일 `코칭스태프들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나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징계조치 한다'는 공문을 각 구단에 띄웠습니다.
코칭스태프의 지나친 항의를 막고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한다는 취지야 나무랄 데 없죠.
문제는 `무조건'이라는 단서와 징계 집행과정에 있습니다.
포항의 정기동 코치는 지난 17일 난데없이 연맹으로부터 2게임 출전정지와 50만원의 벌금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 14일 LG전에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났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포항측에선 연맹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뒤늦게 공문을 발송해 원정경기에 내보낸 코치를 벤치에서 내몬 것은 둘째 치고라도 경기 당일 보고서를 통해서는 아무런 언질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죠.
포항측은 또 "정코치가 단지 물을 건네주려고 잠시 벗어났던 것 뿐인데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면 그동안 코치들이 해오던 교체 선수 체크나 돌발 상황에서의 부득이한 이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항변하더군요.
연맹측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은 커녕 "그깟 50만원 갖고 뭘 그러느냐"며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았다는군요.
아무튼 원칙도 좋지만 상식이 통하는, 융통성 있는 일처리가 아쉽기만 합니다.
◇…지난 14일 광양에서 관중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다쳤던 현대의 황승주는 어떻게 됐습니까.
◇…다행스럽게도 부상 정도가 심하지는 않아 지난 18일 동해에서 벌어진 천안 일화와의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그 사건 직후 전남구단은 프로축구연맹과 현대구단측에 사과문을 발송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만 끝내 연맹으로부터 4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음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추궁을 당해야 했습니다.
◇…황승주의 머리 못지않게 LG 박병주 감독의 머리카락을 걱정하는 축구인들도 늘고 있다지요.
◇…그렇습니다. 그렇잖아도 몇 올 안되는 머리카락이 지독한 `무승（無勝） 징크스'에 따른 고민으로 더욱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 18일 진주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전남과의 라피도컵 4차전에서 LG가 2대2로 비겨 14경기 연속 무승（10무4패）의 늪에 빠져들자 현장에 있던 축구인들은 "박감독 머리카락 다 빠지겠네"라며 박감독의 `대머리' 걱정부터 하더군요.
그러나 정작 박감독은 주위의 이같은 우려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감독은 "최근 용병도 대폭 물갈이 하고 신인들을 과감히 발탁해 주전으로 기용한 뒤 전력이 탄탄해 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승패에는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전북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익산공설운동장의 관리상태가 엉망이라면서요.
◇…말도 마세요. 그라운드가 여기저기 패이고 잔디가 벗겨져 보기에도 몹시 흉할 지경입니다.
울퉁불퉁한 지면 때문에 선수들이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부상선수만 속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코를 찌르는 악취입니다.
경기장 옆에 자리잡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각종 쓰레기들이 썩으면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일부 팬들은 발길을 돌렸고, 선수들은 90분 내내 `악취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군요.
참다못한 관중들은 "시민들이 모여 행사를 갖는 공설운동장 바로 옆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든 익산시의 처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