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왜 안줘?' '언제 준댔어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19일 14시 16분

◇…부정방망이의 의혹을 제기했던 LG가 18일 잠실 OB전에서 문제의 방망이를 아홉명이 돌려쓰는 해프닝이 연출됐습니다.
LG는 "KBO가 합법판정을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습니다만 의혹제기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미즈노 방망이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태 김응용감독은 요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부정방망이 파문때 삼성 백인천감독이 김감독에게 "문제가 해결되면 방망이 10자루를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겁니다.
김김독은 삼성측에 "공짜는 필요없으니 제값에 팔라"고 정식요청했으나 백감독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절대 내줄 수 없다"며 안면을 싹 바꾸더랍니다.
마음이 상한 김감독은 "어차피 삼성은 어떤 방망이를 써도 우승은 못하는 것 아니냐"며 가시있는 농담을 하더군요.

◇…그런데 한화는 미즈노 방망이의 `효험'을 보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한화는 삼성에서 사용하고 있는 미즈노 방망이 2자루를 극비리에 입수해 지난 15일 대전 해태 더블헤더부터 돌려가며 타석에 섰는데요.
꼴찌 탈출을 위해 "프로선수가 어떻게…"라는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미즈노 방망이를 들고 나갔는데 2차전에서 4안타의 무기력한 타격을 하면서 2연패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주말 현대전에서는 그나마 방망이가 모두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한화의 구단관계자는 "미즈노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모양"이라면서 "다른 제품을 구입해야 되겠다"며 방향선회를 암시했습니다.

◇…지난 15일 잠실구장 LG 라커룸에서는 때아닌 `빵파티'가 열렸습니다.
서용빈의 열성 여성팬이 천보성감독을 심부름꾼으로 삼아 전달한 선물 속에 참외만한 빵이 10개나 들어 있어 여러명이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지요.
그러나 정작 화제가 된 것은 함께 보낸 편지였습니다.
신문지를 활짝 펼친 것과 똑같은 크기였는데 정성스런 차트 글씨로 따뜻한 사연을 써내려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지요.
지난 2월 LG가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 김포공항에 찾아가 공항 관계자에게 초콜릿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받았냐는 등 서용빈을 향한 끝없는 애정이 곳곳에 담겨 있었답니다.

◇…OB 이도형이 팬들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전해받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을 위해 구장에 들어가다 여고생팬들로부터 족발을 받은 거죠.
이 여고생들은 "족발 먹고 힘 내세요∼"라며 애교까지 떨더랍니다.
그런데 정작 이도형은 족발을 먹지 못해 대신 안경현과 이경필이 "이게 웬떡이냐"며 포식했습니다.
이도형은 "별의별 선물을 다 받았지만 족발은 처음"이라며 깔깔 웃더군요.

◇…롯데 8년차 외야수 김종헌의 감투 정신이 돋보였습니다.
김종헌은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7회 타석을 앞두고 김용희감독에게 간절한 부탁을 했습니다.
"왼쪽 타석에서 한번 쳐보겠다"는 거였죠.
최근에는 선발보다 대수비로 나가는 탓에 타격감이 들쭉날쭉하니 모험을 한번 해보려는 의도였습니다.
김종훈은 김용희감독의 만류에도 고집대로 왼쪽 타석에서 초구를 맞이했고 잠시후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다시 오른쪽 타석으로 되돌아와 3구째에 우전안타를 날렸습니다.
김종헌은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될줄 알았다가 헛품만 팔았다"며 머쓱해 하더군요.

◇…주니치 선동열이 지난 16일 도쿄돔 요미우리전서 세이브가 기록되지 않는 등판을 했는데요.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한 것 보다도 더욱 아쉬웠던 것은 연속경기 세이브기록이 `8'에서 중단된 거죠.
1-1 동점이던 9회초 선두 파웰이 1점홈런을 날리자 바로 선동열을 9회말 투입시키기로 하고, 불펜에 있던 다른 투수들을 모두 철수시켰는데 2사 만루서 대타 히코노가 3타점 2루타를 날릴 줄 아무도 몰랐던 거죠.
팬들이야 "2타점 단타만 쳤어도 얼마나 좋아"를 말하지만 정작 선동열은 "그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지요"라며 여유를 보였습니다.
호시노감독도 미안했던지 경기후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선동열에게 "잘했어, 잘했어. 계속 150㎞를 유지하려면 얼음 150개로 아이싱을 해야지"라고 농담을 건네며 위로했다는군요.
그런데 다음날인 17일 요미우리전서도 8-5로 앞선 8회초 타선이 2점을 뽑아 선동열의 세이브 조건을 무산시켜 버렸습니다.
최근 주니치는 타선이 살아나고 있어 다행인데 너무 잘 쳐도 선동열에게는 도움이 안되니 이게 바로 `세이브의 역설'이 아닌가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