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열흘 붉은 꽃은 없다 (11)
기사입력 1997년 05월 19일 14시 16분
맘모스가 아파트에 갇혀 있는 것을 새까맣게 모르는 킹콩은 건빵을 얻어먹고, 미녀 곰을 눈요기하는 틈틈이 맘모스를 찾았다.
킹콩이 맘모스를 찾는 동안 가장 신바람 난 수곰이 한마리 있었다.
바로 사파리의 깡패 시커먼스였다.
아직까지 왕권에 도전하기에는 어린 시커먼스는 맘모스를 비롯해 어른 곰들이 보이지 않자 활개치며 사파리를 돌아다녔다.
맘모스를 찾아다니던 킹콩이 맞닥뜨린 것은 바로 시커먼스였다.
애당초 맘모스만 생각한 킹콩에게 시커먼스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한데 시커먼스는 달랐다.
`빅3'만 없으면 자기가 왕일 줄 알았는데 맘모스만한 곰이 사파리를 누비고 있으니 여간 기분이 잡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곰인데다 색깔까지 누런 빛이어서 더욱 기분이 나빴다.
스스로를 사파리 서열 4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시커먼스는 낯선 곰에게까지 밀리면 서열이 한칸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바짝 긴장했다.
다행히 그 곰은 덩치만 컸지 촌티가 줄줄 흐르는 것으로 보아 지방 출신이 확실해 텃세를 이용해 한판 붙는다면 해볼만한 상대라는 계산이 섰다.
암곰 구경에 넋이 팔린 킹콩 앞으로 시커먼스가 다가갔다.
킹콩은 시커먼스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날나리아를 비롯한 암곰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다리를 뻣뻣하게 세우고 있었다.
킹콩으로서는 지난번 날나리아 폭행 사건으로 암곰들에게 인심을 잃은 터여서 더욱 안간힘을 써야 했다.
킹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암곰들은 `짐승 같은 누렁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킹콩의 반응이 없자 시커먼스는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적대감을 가진 곰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아챈 킹콩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킹콩이 일어선 모습을 처음 본 시커먼스도 속으로는 겁을 먹었지만 싸움꾼답게 표정관리를 했다.
더구나 킹콩의 긴장한 모습을 본 이상 기선 제압에만 성공하면 뜻밖의 쉬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조무래기와 암곰들 앞에서 맘모스만한 큰 곰을 물리친다면 자신의 위상을 한껏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