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못말리는 음악회'
기사입력 1997년 05월 19일 14시 16분
클래식 공연에서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점잖게 앉아 있으면 오히려 결례가 되는, 연주 중간에 박수를 치고, 깔깔거리고, 객석이 시끌벅적해야 연주자에 대한 예의인 공연이 펼쳐진다.
`상식파괴'의 이색 공연은 6월 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국페스티발 앙상블의 `못말리는 음악회'.
미국 현대음악가 피터 시클리가 60년대 음악 풍토를 풍자하고 희롱하기 위해 만든 `P.D.Q. BACH'를 우리식으로 패러디한 것이다.
`P.D.Q. BACH'는 사이비 바로크의 약자. 바로크음악의 대가인 바흐의 20명의 자녀 중 가장 타락한 아들이라는, 괴상한 출생－사망일자(1807∼1742)를 가진 가상인물이다.
이번 공연의 특징 중의 하나는 연극 개념을 도입한 것. 출연자들이 연주를 하는 동안 P.D.Q. BACH역의 개그맨 김진수씨가 진짜 바흐처럼 바로크시대의 복장과 가발을 쓰고 코믹한 무언극을 펼친다.
연극연출가 박상현씨, 극작가 최혜연씨가 공동작업을 전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의 비올라를 두 명이 마주보고 서서 연주하거나, 호른 주자가 호른을 불다가 숨이 가빠 기절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희한한 악기도 등장한다. 트럼본에 바순의 마우스피스를 꼽은 `트럼분'이라는 신종 악기가 있는가 하면 쇠톱, 나일론, 낚싯줄, 깔때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음악에의 헌정'을 `음악에의 희생'으로, `7중주 셉텟'을 `쉴렙텟'으로 연주곡 제목을 바꾸고 `메조소프라노'는 `중이층 소프라노', `카운터테너'는 `바겐카운터테너'로 패러디했다.
마지막 곡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음악에의 희생'은 무대 크기만한 대형악보를 펴놓고 연주자들이 움직이며 연주한다.
이 파격적인 공연의 진행을 돕기 위해 아나운서 황인용씨가 해설자로 출연, 한곡 한곡에 대해 설명한다. 물론 그도 관객들을 재미있게 하고 웃겨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페스티발 앙상블 음악감독 박은희씨는 "창단 10주년을 맞아 클래식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어깨에서 힘을 뺀' 공연을 시도해 보았다"면서 "관객들이 실컷 웃을 수 있는 음악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