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낯뜨거운 LG
기사입력 1997년 05월 19일 00시 33분
LG가 18일 부정방망이 의혹을 재기했다가 무혐의 판정을 받은 `미제 미즈노 배트'를 9명의 타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해프닝을 연출했다.
평소 손에 익은 방망이를 쓰지 않고 특정 방망이를 돌려가며 쓰는 코미디같은 일의 발단은 LG 3번 이병규가 괴력을 발휘하면서부터.
평소 사용하던 루이빌 방망이를 포기하고 1회말 4번 심재학이 권한 검은색 미즈노 배트를 들고 나간 이병규는 총알같은 좌중간 2루타를 날려 `돌려쓰기'에 부채질했다.
그후 LG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타구가 두번 살아간다"며 한자루의 방망이로 타격했다.
2회말 1사 후 밀어치기로 우월 2루타를 기록한 7번 김선진은 "방망이 끝 부분에 맞아 평소 같으면 휘어나가 파울이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안타가 됐다"며 신기해 했다.
OB도 지난 14∼15일 대구 원정 도중 이명수가 개인적으로 삼성선수에게 구한 3자루의 방망이를 3번 심정수, 6번 진갑용, 7번 장원진이 돌려 쓰면서 안타 행진을 벌였다.
특히 5회초 심정수의 타구가 너무 강해 피해 버린 유지현은 "잘 맞은 타구지만 평소보다 2배의 스피드라고 느낄 정도로 빨라 공포감이 엄습해 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것은 분명히 `괴력의 방망이'"라고 말했다.
LG의 방망이 돌려쓰기는 5회말 2사 1, 2루에서 5번 김동수가 3타석만에 평소에 사용하던 루이빌 배트로 타격해 일단 주춤했다.
이날 김병주주심은 LG 선수들의 타석이 끝날 때마다 다음 타자에서 방망이를 넘겨주는 `배트 보이' 역할까지 맡는 해프닝을 벌였다.
LG가 사용한 `도깨비 방망이'는 삼성에서 검사용으로 내준 3자루 중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했다가 18일 되돌려 받은 것이다.
그러나 LG는 삼성의 사전 양해없이 경기용으로 사용해 또 다른 분쟁거리를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