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전란 (19)

기사입력 1997년 05월 18일 14시 30분


김기천이 긴장한듯 눈을 치켜떴다.

"무슨 말씀입니까?"

"파발은 목이 잘릴것이고 왕께 밀지를 보낸 자들도 이곳에서 나한테 목이 잘린다는 뜻이오."

"…."

"부사한테 부탁할 일이 있소."

"말씀 하십시오."

"쌀 3천석을 구해주시오."

윤의충이 놀란듯 입을 벌린 김기천을 향해 웃었다.

"쌀값은 금으로 내리다."

"…."

"한달안에 구할수가 있소?"

"해보지요. 하지만 선금을 내셔야 합니다."

머리를 끄덕인 윤의충이 정색을 했다.

"쌀은 오덕도에 내려주시오."

"오덕도에 말씀입니까?"

그렇게 물었던 김기천이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소이다. 장군."

오덕도는 진주항에서 뱃길로 십리쯤 떨어진 섬이다.

사방 이십리의 꽤 큰 섬이었지만 바람이 세고 잡초만 무성한 땅이어서 어민 십여호가 살고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오덕도에 병영(兵營)을 세우시려고."

"그렇소. 벌판에는 말이 뜯을 풀이 충분하다고 들었소."

"알고 오신것 같습니다."

"방호사 직첩만 들고 온것이 아니오."

김기천이 문득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필요하시니 저를 부르셨겠습니다만 장군께선 저를 믿으십니까?"

윤의충이 따라 웃었다.

"아직은 아니오. 부사."

"…."

"허나 목을 걸고 반역을 할만한 인물은 아닌것 같소."

"뉘에 대한 반역입니까? 왕께선 양병(養兵)을 금하고 계십니다."

"왕께선 몽골옷을 입고 계시오."

"…."

"그리고 지금 고려국을 다스리는 분은 시중대감이지 왕씨가 아니오."

"허어."

"양병은 몽골군을 치기위한 것이고, 왕씨를 몰아내기 위한것도 아니오."

윤의충이 똑바로 김기천을 바라보았다.

"난 정병 오천을 기르겠소. 기병 이천에 보군 삼천을 기둥으로 세를 키울거요. 부사는 물자를 대시오."

시선이 마주치자 김기천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따르지 않으면 저를 베시겠군요."

"부사는 무사보다도 상인에 가깝게 지내왔으니 협상이 되리라고 믿고 있었소."

"허어."

"허나 상인도 신의로 거래를 트는법. 신의를 버린다면 역시 죽은 목숨이지."

이윽고 김기천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장군께선 이미 목사와도 뜻을 맞추고 계시더군요."

상체를 세운 그가 정색을 했다.

"따르지요."

"내가 가져온 사금이 50근이오. 이제부터 부사가 그것을 맡으시오."

"오십근이나."

김기천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알겠소이다. 허나 제가 선단(船團)만 있다면 이익을 몇배로 낼수가 있겠는데 아깝습니다."

윤의충이 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내가 선단도 마련해 드리지."

"장군, 그러실수도 있습니까? 그렇다면 왜나 남송과 직접 거래를 할수가 있소이다."

"내가 유능한 수군 장수를 알고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