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조계현 '고향등판은 꿈인가'
기사입력 1997년 05월 17일 14시 38분
금의환향 했건만…."
해태 조계현은 끝내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13년만에 밟아본 고향 군산땅.
특유의 팔색 변화구를 씽씽 뿌리며 고향 팬들에게 자태를 뽐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수 없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이미 등판해 버렸기 때문.
선발 로테이션 상으로는 21일 광주 현대전에 나갈 차례다.
조계현은 군산 남초등학교, 군산 남중학, 군산상고를 거친 토박이.
고교선배인 김성한코치도 "군산상고가 배출해 낸 최고 스타는 역시 조계현"이라고 할 정도라 `군산상고 최후의 스타'로 고향 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쌍방울이 창단되기 2년전인 89년 해태에 입단하는 바람에 고향에서 뛸 기회가 없었다.
더구나 일년에 한두번 경기가 열릴까 하는 군산경기 출전은 꿈에서나 그릴 처지였다.
그러던 도중 10년을 기다려왔던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팀스케줄과 선발 로테이션이 딱 맞아 떨어진 것.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심술을 부렸다.
지난 9일 광주 LG전 선발로 출전해 1회초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1이닝 동안 3타자를 맞아 3실점, 공 17개만 뿌리고 내려오는 바람에 15일 한화전에 다시 나가고 말았다.
그나마 대전경기가 비로 취소됐더라면 희망을 품어볼만도 했지만 며칠내 비를 뿌리던 하늘은 그날 야속하게도 너무 맑았다.
아들을 보러 군산구장을 찾을 어머님께도 덕아웃에서 눈 인사를 보낼 수 밖에.
"내년에는 기회가 생길까요"라고 묻는 조계현의 얼굴에는 못내 섭섭한 그늘이 걷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