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탕] 욕탕서 훔쳐보는 세상살이
기사입력 1997년 05월 17일 14시 24분
`억수탕'이란 제명은 `억수로 웃기는 목욕탕'이란 뜻.
다양한 사람들이 때를 밀기 위해 찾아오는 억수탕. 물론 공간적 배경은 부산이다.
남탕에는 영화감독 지망생이랍시고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주인공(김의성)을 비롯해 성병에 걸린 스님, 여탕을 훔쳐보기 위해 수업을 땡땡이치고 온 중학생, 아내를 대신해 딸을 데리고 온 의사, 대낮부터 만취가 되어 목욕탕안의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동네 건달, 벗은 몸의 물건만으로 사람들을 기죽이는 코큰남 등이 진을 치고 있다.
그리고 여탕에는 사진작가로 성공을 꿈꾸는 커리어우먼(방은희)으로부터 밤영업을 위해 목욕하러 온 직업여성들, 환상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러시아 모델, 선거운동의 목적으로 등을 밀어주며 돌아다니는 구의원 아내 등이 단골손님으로 찾아든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곽경택 감독이 직접 쓴 것. 뉴욕대학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하고 돌아와 단편영화 `영창이야기'로 제2회 서울 단편 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던 저력을 앞세워 곽감독이 2년여 동안 주물렀던 시나리오다.
여기에다 이미 콘티작업까지 모두 끝난 상황인지라 촬영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리라는 게 제작스태프들의 설명.
김의성과 방은희도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되자 일체의 활동을 중단한 채 부산으로 내려가 `억수탕'에만 매달리고 있어 곽감독 역시 순조로운 촬영을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