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즌중 전술 변화 대도박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14시 42분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가 `시즌중 전술 변화'라는 대도박을 단행한다.
취임 2년째를 맞는 박성화 감독이 그동안 줄곧 고집해오던 유럽식 포백시스템（4－4－2）을 과감히 탈피, 스위퍼시스템（3－6－1, 3－5－2）을 도입하는 등 전술 운용에 탄력을 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초 동계훈련까지 줄기차게 포백시스템만을 익혀온 포항으로선 `극약 처방'이나 다름없는 대변화다.
포항은 최근 들쭉날쭉한 성적과 함께 기존전술을 소화하기엔 버거울 정도의 심각한 전력 누수가 갑작스런 변화를 부채질했다.
지난달 19일 끝난 아디다스컵에서는 7위로 득점력은 10개구단중 최저인 9득점이었다.
우승을 넘보던 지난해의 `막강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규리그나 프로스펙스컵에서도 뚜렷한 전력 상승요인이 없다.
무엇보다 전술의 핵(核)인 라데（이적） 황선홍 박태하（이상 부상） 홍명보（일본진출 예정）가 모두 빠져버렸다.
포백시스템의 핵심은 공간축구. 1대1 대인마크를 지양하는 대신 공수의 폭을 짧게 놓고 탄탄한 조직력으로 승부를 거는 전술이다.
또 공수전환이 빨라야 전술이 힘을 받고 기동력과 패싱력이 좋아야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최근 포항의 사정은 여의치가 않다.
무엇보다 공격라인에서 흐름이 끊기기 일쑤다. 어렵게 올라간 볼은 허무하게 내려오기 바쁘다.
자연 공문배（34） 안익수（33） 이영상（30） 등 노장위주로 구축된 수비라인이 압박을 받게됐다.
홍명보가 빠진 중원도 패싱력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공간 장악에 수월한 포백시스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박성화 감독은 체력부담이 적고 수비와 중원을 강화하는 3－6－1이나 3－5－2 등 변칙전술을 접목시키기에 이르렀고 지난 4일 현대전에선 변화된 전술을 처음 시험해보기도 했다.
박성화 감독은 "완전한 변화가 아니라 상대에 따라 적절한 공격형태를 취할 것"이라며 유연함을 보였다.
`시즌중 전술변화'가 도박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모험성 때문이다. 과연 포항의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