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용'들이 장어꼬리 서로 권한 사연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14시 40분
민물장어는 효력이 뛰어난 강장제로 잘 알려져 있다.
백선（白鮮） 만리（鰻鯉） 만리어（鰻鯉魚） 등으로도 불리며 남서해안과 함경남도 안변 이남의 동해 연안으로 연결되는 하천에 널리 분포해 있고, 양식도 가능하다.
물론 양식 보다야 자연산이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고, 또 장어하면 `꼬리'라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민물장어 꼬리 몇개만 먹으면 다음날 아침 소변 색깔이 달라진다'는 허풍선이들의 너스레가 `꼬리'의 효력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장어는 꼬리를 먹어야 한마리를 다 먹었다고 할 수 있다'는 미식가들의 표현 역시 대표적인 `꼬리예찬론'이다.
얼마전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에서는 자연산 민물장어 몇마리를 구해 구단관계자와 코칭스태프의 회식상에 올린 적이 있었다.
물론 꼬리도 따라 올라왔다.
그런데 모두의 젓가락이 `몸통'쪽으로만 쏠렸다.
누구하나 먼저 꼬리를 집어드는 이가 없었다.
외면당한（?） 꼬리가 숯불에 타기 직전이었다.
서정복 부사장이 대뜸 꼬리 하나를 집어 "이것은 힘쓸 사람이 먹어야 한다며" 허정무 감독 앞으로 내밀었다.
허감독은 깜짝놀라 "무슨 말씀이시냐"며 이를 다시 서부사장 앞쪽으로 옮겨놓았고, 이 꼬리는 한참 동안 서부사장과 허감독, 그리고 김영석 단장 등의 젓가락을 돌고 돌았다.
이날의 `양보싸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동차를 둘러싼 `2차전'으로 번졌다.
김단장이 "허감독의 승용차를 타구단 감독들의 격에 떨어지지 않게 보다 좋은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제안하자 허감독이 일언지하에 사양, 이 싸움 역시 매듭을 찾지 못했다.
광양시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서부사장이 이에 질세라 "나에겐 시의회에서 나온 차가 따로 있으니 내 차를 허감독에게 주겠다"고 새로운 제안을 해 싸움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여간해서 보기 힘든 가슴 뿌듯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같은 장면이 드래곤즈 가족들 사이에서는 `일상생활'이란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