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원] '날좀 불러주세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14시 35분
"이렇게 놀고 있을 때가 아닌데…."
현대 `소방대장' 정명원이 한숨을 푹푹 내뿜고 있다.
매일같이 벤치에 앉아 남들 공 뿌리는걸 구경만 하다가 땀 한방울 배지 않은 보송보송한 유니폼을 벗어 내놓는다.
지난 8일 인천 OB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8세이브째를 올린 뒤 15일까지 꼭 일주일째 세이브 구경을 못했다.
도무지 등판할 기회가 없어서다.
지난 10일 롯데전과 14일 LG전 더블헤더 2차전은 크게 리드하는 바람에 못 나갔고, 11일 롯데전은 중간계투인 조웅천이 2⅔이닝을 퍼팩트로 막아 세이브를 챙겨갔다.
오죽 답답했으면 지난 10일 롯데전에서 7-2로 앞선 9회초에 올라가 삼자범퇴로 막고는 아무런 기록도 없이 머쓱하게 마운드를 내려왔을까.
지난달 27일 해태전부터 8일 OB와의 더블헤더 2차전까지 5연속 세이브로 한창 불이 붙은 참에 공백을 만나 조바심이 더하다.
정명원은 지난달 17일 부산 롯데전서 연장 11회말 2사후 끝내기 3점홈런을 맞아 1패를 안은 것을 빼고는 리드했을 때 등판한 9게임서 모두 승리를 지켰다.
마무리투수의 생명인 시속 145㎞ 이상의 강속구가 건재하고 낮은 제구력도 믿음직하다.
다만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도가 지난해에 비해 완만해진 것이 마음에 걸려 자주 등판해 감각을 빨리 찾고 싶어한다.
15일 현재 8세이브（1패）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정명원이 다시 바빠지는 날 팀성적도 바닥을 차고 오를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