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관객향해 뛰쳐나온 낯선화폭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14시 17분
그림이 관객을 향해 튀어나왔다. 마치 `내가 왜 꼭 벽에 붙어있어야 해? 나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라며 관객에게 무언의 응시를 보내는 듯하다.
지난 십수년간 `리얼리즘'을 화두로 삼아온 중견화가 최진욱씨(41). 그가 30일까지 서울시 사간동 금호미술관 1∼3층(720_5114)에서 갖고 있는 초대전에는 회화의 위상을 새롭게 정의하는 낯선 회화들이 관객을 맞고 있다.
미술관 1층에 있는 `제부도'를 보자. 193.9×130.3㎝ 크기의 캔버스 9개가 `설치'돼있다. 몇개는 높낮이가 엇갈리게 벽에 붙어있는가 하면, 몇개는 벽에 기댄 캔버스와 신문지더미에 기댄채 비스듬히 바닥으로 연결돼 있다.
3층의 `이끼'도 마찬가지. 10∼500호에 이르는 캔버스 13개가 한방을 꾸미고 있는데, 이 역시 그림이 걸렸다기 보다 공간감있게 `설치'돼 관객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설치개념의 회화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느낌이 생생해서 그림을 그리지만, 중간에 그 느낌이 사라지는 데 대한 고민을 91년 전시후 했습니다. 그러다 `그림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림 밖으로 끌어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개념적인 회화'`회화와 설치의 만남' 이라는 평을 듣는 그는, 그림과 관객 사이에 거리를 둠으로써 관객이 그림에 빠져들지 않고 세상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면 좋겠단다.
한편 화실과 학살장면이 짜깁기된 `화가와 죽음'과 화실과 바닷가 장면이 엮인 `실제에의 도전-썰물'에는 화가가 그린 그림이 작품내에 다시 그림으로 놓여지고, 거울에 비친 화가의 모습도 함께 담겨있어 화가와 그림, 그림과 세계의 이중적 관계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민을 읽게 한다.
서울미대 회화과,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회화과 졸업. 추계예술대 서양화과 교수. 5번째 개인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