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비디오]'승리투수요건'에 교체못해 패전 멍에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00시 39분
아무리 냉철한 감독도 경기중 한번쯤은 겪게 되는 고민이다.
특히 선발투수가 아웃카운트 1∼2개만 잡으면 승리요건을 갖추게 될때 더욱 그렇다.
15일 쌍방울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롯데 김용희감독이 그랬을 법했다.
롯데 선발은 오른손 염종석.
염종석은 4－0으로 앞선 5회 2점홈런을 맞고 1사 1,3루의 위기에 몰리며 제구력이 흔들렸지만 두타자만 처리하면 95년 이후 1년9개월여만에 승리투수가 될 가능성이 컸다.
후속타자는 우투수에 강한데다 4회에도 2루타를 뿜어낸 왼손 2번 김 실.
이쯤되면 롯데가 왼손투수로 교체할 여지는 충분했다.
게다가 염종석은 4회수비때 입술을 스친 직선타구를 깜짝놀라 가까스로 잡아냈고, 경기뒤엔 "입술이 화끈거려 5회부턴 컨트롤이 안됐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롯데는 그대로 경기를 강행했고, 염종석은 끝내 김 실에게 1타점 우전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이어 등판한 왼손 가득염은 동점 2루타, 박지철은 역전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결국 승부가 대쪽같이 갈렸다.
롯데선수들은 경기전 스승의 날을 맞아 코치들에게 화장품을 선물하며 사제의 정을 나눴다.
패전투수가 된 염종석은 트레이너실에서 입술에 얼음찜질을 하며 "기회를 줘도 못먹는 나는 정말 바보"라며 눈물을 글썽였지만 가장 가슴이 저린 사람은 김용희감독이 분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