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곰 사파리 '자유연애' 바람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5시 07분
`집권말기 현상인가, 성 해방인가.'
용인 에버랜드 곰 사파리에 `프리섹스' 바람이 불고 있다.
곰은 누구나 짝짓기를 하며 살아가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예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성 문란'이다.
철저한 군주국가 형태인 곰 공화국의 법규에는 오직 왕만이 암곰을 차지할 수 있다.
왕곰이 모든 암곰을 `간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받지 못한 암곰이라도 다른 수곰과 이성교제를 하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물론 왕의 눈을 피해 종족 번식의 본능을 해결하는 곰도 있지만 만약 적발될 경우 무시무시한 린치를 당하게 된다.
이같은 규율은 지난 90년 곰 공화국이 창건된 뒤 엄격하게 지켜졌지만 올봄 `신흥 전주파' 킹콩이 왕위에 오르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있은 왕위 쟁탈전에서 지난해 왕 맘모스와 사파리의 깡패인 시커먼스를 KO시켜 병원에 보낸 뒤 이달초 고향 선배인 곰보살마저 물리치고
처음으로 왕이 된 킹콩이 집권하자마자 지나치게 정력을 탕진한 게 원인.
올해 14세로 한창때인 킹콩은 왕이 되자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거의 쉬지 않고 사파리의 모든 암곰을 두루 섭렵했다.
왕이 되기 전까지 거의 숫총각이나 다름없던 킹콩으로서는 처음 누리는 왕의 특권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풀이라도 하듯 춘정（春情）을 폭발시킨 것.
그러나 400㎏에 육박하는 헤비급의 킹콩은 `변강쇠'가 아니었다.
불과 보름만에 `정력누수' 현상이 생긴 것.
킹콩은 요즘 출근을 하면 최고봉, 루이스 등 예쁜 암곰 가운데 한마리만 간택해 함께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일이 이쯤되자 발정기를 맞은 나머지 암곰 10마리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수곰을 찾아나섰다.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킹콩은 이성교제를 목격하고도 모르는 척 눈감아주고 있다.
왕이 법을 수호할 의지가 보이지 않자 다른 곰들은 짝짓기를 마음놓고 하게 됐고, 심지어는 킹콩의 바로 옆에서 데이트를 하는 곰도 있을 만큼 사파리는 이제 성 개방시대를 맞게 됐다.
왕의 정력누수가 권력누수로 이어진 셈이다.
사육사 이용필씨（30）는 "곰 사파리 사상 처음 있는 현상"이라며 "왕권에 도전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용서하는 킹콩은 어쩌면 정권유지를 위해 성을 개방하는 고단수 정책을 쓰는 것 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