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호] 흙속의 진주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4시 49분
홍명보는 일본으로 떠나고 황선홍은 수술대에 오르지만 14일 안양 LG와의 경기를 마친 포항 박성화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흙속에서 진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골잡이 박지호（27．FW）가 바로 그다.
박지호는 이날 경기서 특유의 힘있는 돌파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슈팅력을 과시하며 후반 22분 홍명보의 패스를 받아 득달같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프로 5년만에 두번째 맛본 골맛이었다.
지금까지 늘 가능성 있는 선수로만 여겨졌던 그가 이제 비로소 이름값을 하게된 것이다.
사실 박지호는 인천대 재학 때만해도 이름꽤나 날렸었다.
93버팔로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활약했고 93년 LG 입단때는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95년 입단 첫해 프로적응에 실패해 95년 7월 함상헌（현 LG）과 맞트레이드돼 포항으로 왔다.
라데－황선홍－홍명보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틈새에서 주전자리를 굳히기란 여간 어렵지 않아 늘 교체선수로 잠깐씩 그라운드를 밟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박성화 감독은 지난 겨울부터 가능성을 보여왔던 박지호에게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이제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기초체력이 탄탄한데다 슈팅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그는 모처럼 주어진 기회에서 박성화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킨 것이다.
1m80, 78㎏의 균형잡힌 몸매의 박지호는 이날 골을 성공시킨뒤 "이제서야 프로생리를 파악하게 됐다"며 "올해를 데뷔 첫해로 알고 그동안의 설움을 떨쳐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성화 감독은 "박지호는 능력에 비해 그동안 기라성같은 선배들에게 밀렸던게 사실이지만 자신감을 회복한 만큼 앞으로 주전으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로 5년생인 박지호가 연봉 2천700만원의 설움을 떨쳐버릴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