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용] '패스트볼 귀신이 붙었나'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4시 44분
불운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OB 신인포수 진갑용（23）이 `패스트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14일 현재 27경기에 출전해 기록한 패스트볼이 무려 6개.
번번이 투수의 공을 놓치는 바람에 이미 아마 때의 명성에 금이 갔는데 공교롭게도 패스트볼을 한 날이면 팀이 지는（1무 5패） 경우가 많아 더욱 곤혹스럽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악몽'은 재현됐다.
4-4 동점이던 9회말 무사 1루에서 OB 2번째 투수 김환조의 공을 뒤로 빠트렸다.
김환조의 공이 원바운드에 워낙 바깥쪽으로 쏠려 잡기가 힘들었지만 1점승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 해서든 블로킹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
2루까지 내보낸 주자가 부담이 돼 결국 4대5로 지고 말았다.
패스트볼에 신경을 쓰느라 최근 9게임 동안 방망이가 침묵했던 진갑용은 2회 깨끗한 좌월 2루타로 28타석만에 안타를 뽑아낸 뒤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진갑용의 패스트볼이 잦은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
김광수 수비코치는 "포구하는 자세의 문제점보다는 정신적인 불안감이 더 크다. 주자가 나가면 자꾸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결국 아직까지 신인 티를 못벗었다는 얘기다.
14일 대구구장을 떠나면서 한참 동안이나 떨군 고개를 들지 못했던 진갑용.
요즘 4억원짜리 `슈퍼 루키'는 부쩍 말수가 적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