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V 수호신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4시 41분
잠실구장에 LG 이상훈（26）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팬들은 어김없이 환호성을 지른다.
최고 소방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상훈은 `삼손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러닝한 뒤 구원 신호만 기다리며 몸을 푼다.
그리고 나가면 이긴다.
빠른 공, 안정된 제구력, 흔들림 없는 위기관리 능력, 적극적인 승부, 무표정, 두둑한 배짱….
모든 것이 구원 체질이다.
LG는 올시즌 `이상훈＝필승'의 등식을 만들었다.
어떻게 하든 선발과 중간을 끼워 맞춘 뒤 이상훈까지만 연결시키면 무조건 이긴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하지만 상대팀은 이상훈만 보면 "오늘은 힘들다"는 인식이 머릿속 깊이 박혀가고 있다.
최고 시속 151㎞를 나타냈던 강속구에다 간간이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이 공격적인 공배합과 어우러지면 누구나 그냥 서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훈은 14일 현재 12게임에 나가 1구원승 9세이브, 19이닝 동안 2점만 내줘 방어율 0.95, K자는 무려 24개.
단한번의 완투경기가 없었던 LG가 16승으로 선두를 달리는 동안 이상훈이 얼마나 큰 몫을 차지했는지 단적으로 증명하는 중간 성적표다.
이상훈은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등 모든 보조훈련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진짜 프로'.
지난해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지라 누구보다 철저하게 몸을 관리하며 다음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기회만 준다면…."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이상훈의 이 한마디에서도 `무패 신화'에 대한 자신감은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