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갑-이영철] 소설에 뿌려진 향수 이야기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4시 30분
향수를 주제로, 소재로 한 이색소설이 나왔다.
`신의 향수'(소담출판사)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미래 2070년까지, 시간을 넘나들며 주인공이 신유(神油)를 찾아다닌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저자도 두 사람이나 된다. 한 사람은 향수전문가 송인갑씨(39), 한사람은 소설가 이영철씨(40).
아랍지역을 드나들며 사업을 하던 송씨는 지난 85년 우연히 향수에 매혹돼 오늘날 향수전문가, 향수 칼럼니스트가 된 사람이다.
그는 세월이 흐르면서 향수에 점점 빠져들었고 결국 향수를 주제로 한 소설을 써보겠다는 욕심을 냈다. 그러다 2년전 파리, 니스 등 세계의 향수도시를 돌며 자료수집을 하는 한편 현지 향수공장도 방문하고 조향사들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했다.
웬만큼 자료수집이 끝나자 드디어 그는 집필작업에 들어갔다. 대학시절 신춘문예에 소설을 응모하기도 했던 문학청년 출신인 그는 내심 자신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향수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썼죠. 그러나 주변사람들의 `악평'은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그는 소설가를 한명 잡아 자신의 원고를 주고 자료도 제공하여 `세련된 작품'으로 다시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소설가 이영철씨. 이씨는 얼굴이 `소박하게' 생긴만큼 향수의 향자도 모르던 사람.
하지만 송씨의 원고를 보고 소설로 스토리를 다듬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
"3개월동안 방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후3시까지 썼습니다. 원고를 쓸 때는 반드시 송씨로부터 받은 향수를 방안에 뿌려놓고 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그는 온몸에서 향수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심지어 향수냄새가 지겨워진 아내와 어머니까지 `향수 타도'를 외쳤으니까.
소설의 무대는 시공을 뛰어넘는다.
인류최초의 향이 발견된 투탕카멘의 묘가 나오고 이스라엘이 나온다. 고대로마가 나오고 2070년의 일본까지 나온다.
인물들도 다양하다. 패션디자이너 샤넬을 모델로 한 여인까지 등장하는 판이니 그 상상력이 기상천외하다.
소설을 읽다보면 향수의 역사, 향수와 패션, 향수 제조공정, 조향사의 삶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런게 아니라도 그냥 소설로만 읽어도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