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소주병을 선수에게 던지다니...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00시 32분
14일 광양 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전남과 울산 현대와의 프로스펙스컵 1차전에서 어처구니없는 유혈사태가 빚어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현대 황승주가 관중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맞아 무려 3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당한 것이다.
사고직후 경기장에 배치됐던 광양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푸른색 셔츠를 입은 4명의 용의자를 연행해 조사중이다.
다행히 현대측의 이해로 경기는 끝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피해자 황승주를 비롯한 현대측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칫 선수가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극한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가장 축구열기가 높고 관중들의 관전수준이 높다고 평가받아온 광양에서의 사건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이번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사고를 저지른 관중에게 있다.
하지만 심판들의 책임도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경기 초반부터 관중들이 흥분할 정도의 과격한 경고성 파울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용대 주심은 전반에 단 하나의 옐로카드도 뽑지 않았던 것이다.
관중들의 주류반입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전남구단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여하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프로축구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기와 성적만을 좇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각 구단의 뼈저린 반성이 필요할 때다.
선수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모두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