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식] '나는 선발체질 이라니까'
기사입력 1997년 05월 14일 15시 29분
삼성 `마운드의 실세' 박충식（27）의 표정이 밝아졌다.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뒤 신바람 투구로 팀 마운드를 튼튼하게 지키고 있다.
박충식은 선발을 원했지만 팀 사정상 `울며 겨자 먹기'로 마무리를 맡았다.
그러나 체질상 마무리가 맞지 않은데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는 긴장의 연속으로 체력과 구위가 많이 떨어져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했다.
시즌 초반 선발진이 무너지는 바람에 등판 기회 조차 여의치 않아 이래저래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박충식은 지난달 23일 OB 김민호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나서 급격히 페이스가 흔들렸다.
그 뒤부터 안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계속 몸쪽 싱커만 고집한 것이 도리어 화를 불렀다.
상대 타자에게 볼 배합이 읽힌 터라 연타를 맞고 나가 떨어질 때가 많았다.
시즌 첫 선발로 나간 지난 4일 대구 LG전까지도 박충식의 투구 감각은 좋아지지 않았다.
타선의 도움으로 첫승을 올렸지만 6이닝 동안 5안타와 4사구 8개로 4실점하는 실망스런 투구를 했다.
그러나 박충식은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마침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최고 시속 140㎞에 육박하는 빠른 직구와 다양한 볼 배합으로 7회 2사까지 퍼펙트 경기를 펼쳤다.
8회 볼이 가운데로 쏠려 집중 4안타와 사구로 3실점해 강판됐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코칭 스태프의 칭찬을 받았다.
권영호 투수코치는 "마무리 때와는 다르게 안전하게 경기를 풀어간다. 머지않아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