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독수리 어디까지 추락하나
기사입력 1997년 05월 14일 15시 29분
터널의 끝이 안보인다.
잔인한 4월이 지나고 5월을 맞았는데 한화는 아직도 겨울이다.
두번째 5연패를 했고 `3연전＝2연패'는 기본 방정식이다.
8승 15패 1무로 꼴찌.
`야구가 투수놀음'이라지만 한화는 아직까지 그 불문율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구대성 정민철 송진우 등이 건재하고 한용덕 노장진 이상목 신재웅 등이 버티고 있지만 추풍낙엽이다.
눈에 띄는 부진의 정체는 득점력 빈곤.
팀타율 2할6푼8리（3위）, 도루 34개（2위）로 상위권에 속하지만 그저 겉치레에 불과하다.
8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많은 189개의 잔루에서 엿볼 수 있듯 신나게 주자를 내보내지만 홈을 밟는 주자는 드물다.
지난 10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16안타를 때리고도 무려 17개의 잔루를 남긴 채 3득점에 그쳐 역전패하기도 했다.
선발은 물론이고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대주자나 대타들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흐름을 반전시킬 `해결사'로 지목되던 장종훈의 부진은 득점력 빈곤의 압권.
타율은 2할3푼5리로 불황이고 타점도 4개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중심 타자인 이영우와 정영규가 각각 발목부상과 부친상을 당해 지난주 전력의 큰 공백을 남겼다.
정작 고민거리는 공격력 실종이 마운드의 의욕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3점대를 유지하던 팀 방어율이 어느새 4.52로 높아졌고 구대성마저 동점 또는 뒤진 상황에서 등판하다보니 패전만 쌓이고 있다.
선발투수 중 3승은 한명도 없고 구대성은 벌써 3패（5세이브）.
지난 주말 이틀 연속 연장전에서 투수들이 홈런을 맞고 쓰러진 것도 투수의 방심이라기보다는 공격력 침체에 따른 사기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야구는 분위기 게임이다.
반전의 물꼬를 언제 잡느냐가 요즘 한화의 최대 관건이다.
그나마 내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