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 국내 최초 '페미니스트카페' 오픈
기사입력 1997년 05월 14일 15시 29분
국내 최초의 `페미니스트 카페'가 오픈했다.
13일 서울 신촌역 앞에 오픈한 카페 `고마'는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에 의한, 페미니스트를 위한 쉼터'를 기치로 내건 곳.
이숙경（35）, 정경애（33）, 전인선씨（28） 등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출신 3명이 운영하는 이곳은 앞으로 페미니스트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중 하나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상담을 해주거나 적합한 여성 단체를 소개해주는 것이다.
`고마'라는 이름은 단군 이전에 있었다는 모계사회 부족의 이름에서 본딴 것이라고.
페미니스트 카페 1호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카페 곳곳에 페미니즘의 색채가 짙게 담겨 있다.
카페 입구에는 페미니즘 관련 세미나, 공연, 이벤트에 대한 안내문을 망라한 게시판을 마련했다.
또 다른 한켠에는 `여성의 목소리'라는 우편함이 설치돼 고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써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카페 벽에는 페미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장정예씨의 작품을 걸었다.
각종 페미니즘 관련 단행본이나 무크지를 판매하는 책장도 배치했다.
주 메뉴는 차와 술로 하되 `빗자루 마녀' `델마와 루이스' 등 페미니즘 관련 용어로 이름을 붙인 특선 칵테일도 개발했다.
음악도 여성 로커들의 음악을 위주로 틀어준다.
`고마'측은 창문 쪽에 자그마한 스크린을 달아 페미니즘 영화를 수시로 상영키로 했다.
또 두달에 한번씩 여성학자나 정신대 할머니를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 등 페미니즘 관련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수익금의 일부는 여성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여성운동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데 쓸 생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원이었던 맏언니 이숙경씨는 "페미니스트들이 쉬면서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히 없어 카페를 차리게 됐다"며 "우리 카페가 여권신장에 조금이라고 보탬이 될수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