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손하] '가을엔 뜰거야'
기사입력 1997년 05월 14일 15시 29분
재작년 KBS드라마가 `바람은 불어도' `젊은이의 양지'로 한창 잘 나갈 때, KBS 한 고위간부는 드라마국에 모처럼 건너와 이랬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아이만은 잡아 둬라."
기자가 옆에서 직접 들은 `저아이'란 다름아닌 윤손하(22)였다. 반드시 높은 사람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그때 옆자리의 몇몇 PD들도 동의했다.
94년 KBS 16기 데뷔. 그때 막 1년의 새내기니까, 두루두루 조역만 맡고 별 빛을 못냈을 테지만, 다년간 방송을 경험한 간부의 선견지명이다.
그때 윤손하는 `바람은 불어도'에서 유호정의 동생 영주역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전 청춘드라마 `사랑의 인사'에서 조신한 여대생을 연기한 연장선상으로 까탈스런 언니 유호정의 착하기만 한 여동생이었다.
한마디로 크게 빛을 못 본 것이다.
그런데 그 안의 끼를 발견하는 것은 역시 전문가의 몫. 바로 눈과 입술.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에 까만 눈망울이 예사롭지 않은 터에, 적당히 벌린 입술에 누드브라운의 루주만 입히면 뭔가 일저지를 것 같은 인상이었던 것.
이 미완의 대기로 꼽혔던 윤손하가 올해 드디어 나래를 폈다.
지난 4월말까지 무려 두달 반의 뮤지컬 공연(`겨울나그네')을 마친 그녀가 본업인 TV드라마 `질주'를 통해 다시 시청자들에게 돌아온다.
`질주'(극본 김경형, 연출 임기준)는 방송드라마 사상 첫 시도하는 경마드라마라고 해서 화제에 오른 작품. KBS 2TV가 오는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9월 방송할 예정인 12부작 미니시리즈다.
윤손하는 여기서 마주인 채윤영 역으로 출연한다. 섬유재벌의 외동딸로서 극중 주인공 말인 `초롱이'를 생일선물로 받고 마주가 된다.
이때 견습기수인 김정우(김정현 역)를 알게 되고, 그에게 말을 내주고는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착하면서도 부잣집 외동딸로서의 이기적인 면이 있어 주인공 김정우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다.
윤손하가 김정우를 좋아한 것은 남자로서가 아니라 기수로서.
"곧 촬영에 들어갈 거예요. 제가 직접 경마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마주로서의 기본적인 실력은 갖춰야지요."
윤손하는 처녀마주 채영 역을 위해 최근 경마－승마잡지를 독파하는가 하면, 여유있는 날 과천경마장에서 베팅도 한다고. 이제 연승식 복승식이 뭔지 알만하다는 그녀는 이달말부터는 승마기본기도 익힐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