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형형색색으로 그린 '사랑학'
기사입력 1997년 05월 14일 15시 29분
절대 믿을 수 없는 거짓말 중의 하나는 이렇듯 실연을 겪은 사람이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 사랑을 해본 사람은 사랑의 기쁨, 사랑의 환희, 사랑의 엑스터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디 알렌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yone Says I Love You)는 바로 이러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그려낸 `사랑의 송가'다.
늘 냉소적인 유머와 지적인 스타일로 시니컬한 코미디영화를 발표해왔던 우디 알렌은 그동안과는 달리 경쾌하고 낭만적인 색채로, 또 사이사이에 감미로운 노래들을 배치해 달콤한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재치가 번뜩이는 우디 알렌 특유의 대사들은 여전하다.
`에브리원…'에는 사랑과 음악과 춤이 넘쳐흐른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도 사계절에 뉴욕과 파리, 베니스를 오간다.
영화는 일정한 드라마없이 등장인물들의 사랑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펼쳐놓는다.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디제이(나타샤 리온). 디제이의 생부 조(우디 알렌). 하지만 현재는 아빠친구인 계부 밥(알렌 앨더)과 재혼한 엄마 스테피(골디 혼)와 함께 살고 있다.
파리에 사는 조가 뉴욕의 스테피를 찾아와 동거녀가 떠났다며 자살소동을 일으키는 등 법석을 떠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조와 밥, 그리고 스테피는 이혼과 재혼 등으로 얽히고설킨 사이임에도 전혀 거리낌없이 옛친구처럼 술을 마시며 인생의 애환을 나눈다.
결국 조는 디제이와 함께 베니스여행을 떠났다가 뉴욕에서 온 유부녀 폰(줄리아 로버츠)을 만나고, 디제이의 도움으로 동거에도 성공한다. 하지만 조는 언제나처럼 얼마 못가 다시 폰이 자신을 떠났다며 상심에 빠진다.
그런가하면 귀공자같은 외모의 착한 청년 홀덴(에드워드 노튼)과 약혼한 사이인 밥의 딸 스카이라(드류 배리모어)는 스테피의 생일파티에서 만난 터프한 건달 페리(팀 로쓰)에게 흠뻑 빠졌다가 다시 홀덴에게 돌아오는 해프닝을 연출한다.
디제이도 베니스 운하의 곤돌라 사공에게 반해 결혼하겠다고 설치고, 디제이의 동생 로라(나탈리 포트만)도 남자친구를 빼앗겼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기도 한다.
영화의 끝부분. 독감에 걸린 밥 대신 스테피와 함께 댄스파티에 갔던 조는 옛날의 추억에 사로잡혀 스테피와 첫 섹스를 나누었던 센강변에서 춤을 춘다. 사랑과 실연, 이혼과 재혼, 용서와 화해, 이별과 재회 등 온갖 상념들을 떨쳐내듯 춤을 추는 조와 스테피의 실루엣은 우디 알렌의 `사랑학'이 환상적으로 표출된 이 영화 최대의 하이라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