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벤] 2집들고 '부릉부릉'

기사입력 1997년 05월 14일 15시 29분


"승용차 밴은 여러사람을 싣고 다닐 수 있는 기능을 하지만 그룹 벤은 여러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을 구사할 수 있는 재주를 지녔죠."

최현우(21) 김세진(22) 권오석(20)의 그룹 `벤'이 예쁘디 예쁜 두번째 음악수첩을 들고 훌쩍 나타났다.

말랑말랑한 얼굴에 보조개까지 공통된 이들은 지난해 `그대 입술에 향기처럼' `밤과 함께' 등으로 데뷔하자마자 소녀팬들을 열광시켰던 `귀공자 3인방'.

평균나이 21세의 젊음을 자랑하는 이들은 멤버 모두 보컬이 가능한 재간둥이로 이번 음반의 모든 수록곡을 3인방이 작사 작곡 편곡했다.

특히 녹음 연주를 직접 해낸 사실은 가요계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립싱크나 표절시비와는 동떨어진 화제로 마냥 싱그러운 이들의 음악과 똑 맞아떨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과 서브타이틀곡이 모두 안타까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

타이틀곡 77페이지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애인을 지켜보며 쓴 77장의 일기를 가사로 만든 곡으로 보컬 최현우의 애잔한 가창력이 찡한 여운을 듣는 이에게 남기는 스케일 큰 팝발라드.

제목부터 시선을 붙드는 `키보다 큰 사랑' 역시 친구의 누나를 사랑하는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는데 특히 3사람 모두 보컬로 참여, 3가지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느낌이 압권인 곡이다.

"멤버 전원이 전천후 폭격기로서 한몫한다는 사명감으로 두번째 음반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모니를 최대 무기로 내세우는 벤의 출현은 `확실한 소리꾼'의 등장이란 점에서 가요계의 반가운 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