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왼손타자는 내게 맡겨'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까치가 돌아왔다.
해태 김정수（35）가 왼손전문 원포인트 릴리프로 백의종군했다.
마무리는 후배 임창용에게 맡기고 곳곳에 포진한 왼손 중심타자들을 요리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던 특급 마무리 투수의 보직으로는 다소 초라한 감이 있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
지난달 4월23일 2군행 통보를 받은 이후 한동안은 충격으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야구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지며 한층 성숙해졌다.
2군추락 13일만에 복귀한 지난 6일 광주 삼성전에서 김정수의 투구는 단연 돋보였다.
2_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8회 등판해 프로 최고의 왼손타자 듀오인 이승엽－양준혁을 상대로 연거푸 삼진을 잡아낸 것.
비록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시즌 초반 보여줬던 부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10일에는 이병규－심재학으로 이어지는 LG의 왼손 중심타선을 상대로 1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한뒤 마무리 임창용에게 바통을 넘겨 시즌 첫승까지 따냈다.
11일도 마찬가지.
각도 큰 커브를 무기로 똑같이 이병규－심재학을 범타로 처리하며 팀의 2연승을 뒷받침했다.
김정수가 왼손타자에게 유독 강한 것은 왼손투수로는 특이하게 스리쿼터형인데다 변화구의 각도가 커 공이 타자의 바깥쪽으로 멀리 도망가기 때문이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남기면서 은퇴하고 싶지는 않다."
눈을 부릅뜬 김정수가 `왼손 킬러'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