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삼성 김 호 감독이 러시아 수입선수 유리（30．FW）의 거취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기량으로 보면 당장이라도 돌려보내고 싶지만 요즘 쓸만한 외국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답답한 플레이를 펼치다가도 이따금씩 `한건'을 하는 그의 럭비공같은 스타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아디다스컵 초반 2게임（교체 1）에서 고작 70분을 뛰고나서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던 유리는 지난 7일 대전과의 프로스펙스컵 개막전（대전）서는 개막축포를 터트렸다.
김 호 감독으로선 프로스펙스컵 개막전 승리와 팀 3연승의 물꼬를 튼 유리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 또다른 갈등에 시달리게 됐다.
정규리그 박건하－이기근（데니스）, 프로스펙스컵 이기근－데니스로 사실상 굳어졌던 최전방 공격진에 유리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이기근의 기량이 작년같지 않고 데니스도 아직은 `붙박이'로 쓰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 한몫 하고 있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유리（1m85, 78㎏）처럼 체격이 좋은 선수가 스트라이커진에 적어도 한명은 있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교한 패싱과 조직력 위주의 필드플레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사하려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휘청거리게 할 `거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유리는 체격조건에선 합격점이지만 기량이 최소한의 기대치에도 못미친다는 데 삼성의 고민이 있다.
때문에 삼성은 아센（우크라이나） 잠마（브룬디） 등 용병들을 데려와 입단테스트를 해보기도 했으나 모두 기량미달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김감독은 유리를 당분간 데리고 있는 쪽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물론 눈에 띄는 용병이 나타나면 그날로 유리는 이삿짐을 싸야겠지만.
계륵（鷄肋）같은 존재가 돼버린 유리의 처지는 쓸만한 용병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