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박항서 코치 숨은영어 실력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빛나리' 삼성 박항서 코치（39）가 요즘 숨은 영어실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삼성이 프로축구 사상 처음 시도하고 있는 `영어교실'에서 남몰래 갈고닦은 영어실력으로 외국인 강사와 선수의 든든한 가교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
비록 유창하지는 않지만 박코치의 `실전영어'는 화이트 컬러만을 지도해온 찰스 디왈드씨（50．삼성전자 영어강사）와 영어와는 담쌓고 지내온 선수들이 벽을 허무는데 커다란 보탬이 되고 있다.
수원 삼성전자내 선수단 숙소 지하에 마련된 영어교실은 지난 8일 첫 강의부터 향학열로 후끈거리고 있다.
학교 다닐때는 그토록 싫었던 영어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은 이제 주 2회（월, 목요일） 90분씩 진행되는 영어교실을 손꼽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는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외국인 강사의 능숙한 강의진행 외에 박코치의 똑 부러지는 메신저 역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박코치는 한국말이 서툰 강사를 대신해 수업진행을 돕는가 하면 `사커'와 `풋볼'의 차이를 묻는 학생들의 까다로운 질문에도 명쾌하게 해석을 내리는 등 `영어코치'로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게다가 강의진행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 보조교사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 코치의 극성 때문인지 "왓스 유어 네임?（What's your name?）" 같은 간단한 질문에도 얼굴이 빨개지던 선수들도 이젠 제스처까지 써가며 대답할 만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빛나리' 박코치의 `영어 예찬론'은 해외를 다니면서 겪은 뼈아픈（?） 경험들 때문이다.
반갑게 다가오는 외국인들을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가 상대를 무안하게 하는 일은 요즘 선수들에게도 다반사.
대표팀 트레이너로 참가했던 94미국월드컵 때는 천둥과 번개로 비행스케줄이 취소됐다는 기내방송을 알아듣지 못해 선수단 전체가 보스턴∼뉴욕행 셔틀비행기에서 1시간 이상 앉아서 죽치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요즘 박코치는 잠을 잘 때도 회화 테이프를 들을 만큼 `영어의 생활화'에 푹 젖어 있다.
그래야만 다시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