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메시지] '존경하는 선동열선배님'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내가 한국 기자분들을 만날 때마다 꼭 묻는 것들이 있다.
내 친구인 차명주와 조성민, 임선동 등에 대한 소식과 그리고 선동열 선배의 근황이다.
얼마전 선동열 선배가 스포츠 조선을 통해 나를 격려한 글을 보고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선동열 선배는 어린 시절 나의 우상이었다.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엄청난 활약으로 우승을 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보았을 때나, 해태에서 완력의 피칭으로 타자들을 잡는 것을 보고 나는 언제나 저런 투수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다.
그런 하늘 같던 선배가 나를 칭찬하고 격려하니 스포츠조선을 본 나는 하늘을 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사실 선동열 선배가 작년 시즌 얼마나 어려웠는지 나는 이해가 간다.
나는 대학 2년생에 불과한, 멋모르고 어디서든지 일어설 수 있는 젊음을 가지고 미국야구에 도전했지만 마이너리그 생활은 정말 지옥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선동열 선배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투수로 그에 걸맞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얼마나 심했을지 남들은 모를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선동열 선배가 첫 세이브를 했다는 소식에 이어 계속 세이브 행진을 벌인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기쁘고, 나도 지지 않게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곤 한다.
나이도 훨씬 많고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대투수인 선동열 선배가 일본 야구를 호령하는 소식은 너무 기분이 좋다.
다저스의 동료 노모를 취재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는 유난히 많은 일본 기자들에게 나는 가끔 농담을 건넨다.
"선동열 선배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 활약을 하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내게도 선동열 같은 위대한 선배가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사실 나는 선동열 선배를 한번도 직접 뵌 적이 없다.
워낙 대선배인데다 서로 만날 인연이 아직은 없었다.
꼭 한번 만나뵙고 싶고, 조만간 그런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선동열 선배를 만난다는 상상을 가끔 하는데 겁이 날 때도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우선 술고래라는 선동열 선배를 만나면 술을 하지 않는 내가 어떻게 배겨낼까 걱정이다.
그리고 워낙 나와는 차이가 많아 감히 말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떨리기도 한다.
선동열 선배는 나보다 훨씬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탐내던 대투수이고, 젊어서 메이저리그에 왔더라면 이곳에서 신화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 나이에 일본 야구를 압도하는 것만봐도 선동열 선배가 얼마나 뛰어난 투수인지 실감하게 된다.
올 시즌이 끝나고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겠다.
선동열 선배는 이미 일본 최고의 구원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선동열 선배가 일본에서 하듯이 나도 열심히 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어 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