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열차전쟁] 알프스를 누비는 관광열차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알프스가 빚어낸 아름다운 호수와 만년설, 요들송이 흐르는 계곡들이 즐비한 스위스는 유럽 최고의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150년 전통의 스위스 열차는 이같은 명성에 걸맞게 `파노라믹'하며, 스피드보다는 눈요기 위주로 꾸며졌다.
특히 시계 잘 만드는 스위스 사람들은 굴을 파고 다리를 세우는 데도 탁월한 재주를 발휘했다. 알프스가 가로막힌 악조건을 극복하고 곳곳에 산악철도와 케이블 카를 만들어놓았다.
그 유명한 아이거 북벽에도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 요흐로 오르는 철도 레일을 깔아놓은 것이다.
몽블랑이 우뚝한 프랑스령 샤모니에서 험준한 산길을 따라 스위스 국경을 통과해 20∼30분쯤 달렸더니 고펜스타인이라는 한적한 역이 나왔다. 높은 산이 가로막힌 이곳 역엔 자동차만 전문으로 실어나르는 열차가 정거해 있었다.
차들은 줄지어 열차 위로 올랐고, 시동을 끈채 기차 출발을 기다렸다. 승용차 뿐 아니라 농부들의 우마차도 열차에 실렸다.
30분마다 운행되는 열차는 정시에 출발했고, 이내 터널로 접어들었다. 열차에 실린 차들은 모두 실내등을 껐다. 스위스 사람들은 이 때를 `키스 타임'이라면서 즐긴다는 것.
`불꺼진 차'안에서 벌어질 장면을 그려보면서 10여분 걸렸을까. 컴컴한 터널을 뚫고나오자 종착역인 칼데슈텍역이 보였다. 승용차에 탄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터널이 있는 두 역사이에도 물론 자동차 도로가 닦여져 있었다. 그러나 여행자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25스위스프랑을 내고 자동차 전용기차에 엎힌채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다.
알프스 대자연을 누비는 스위스 관광열차는 코스만큼 다채롭다.
▲그래시에 특급(Glacier Express)은 스위스가 자랑하는 휴양지인 체르마트와 생 모리츠를 연결해주는 파노라믹 특급. 알프스 동부에서 서부쪽으로 7시간 30분 동안 달리면서 91개의 터널과 291개의 다리, 2,033m고지를 통과한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Bernina Express)는 생 모리츠로부터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휴양도시인 티라노까지 2시간 30분 동안 환상의 여정을 펼친다. 여름철엔 매일 운행한다.
▲센토발리 레일웨이(Centovally Railway)는 로카르노에서 도모도솔라까지 달리는 계곡열차다. 특히 `아름다운 베르네, 맑은 물이 흐르네'라는 유명한 요들송의 무대인 베른 주변의 `100계곡'을 관광할 수 마법열차다.
▲윌리엄 텔 익스프레스(William Tell Express)는 명사수 윌리엄 텔의 전설이 살아숨쉬는 루체른과 루가노를 잇는 관광열차다. 스위스 호수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루체른호수에서의 3시간 크루즈도 즐길 수 있다.
▲리기산악열차＝루체른 호숫가에서 스위스의 여왕봉으로 불리는 리기산으로 올라가는 산악열차. 리기산은 해발 1,800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루체른호수와 악마의 형상을 필라투스, 융플라우 아이거북벽 등 알프스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전망이 기막히다.
내려올때는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갈아타며 내려와 호숫가에서 유람선을 타면 루체른 번화가로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