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클리닉] DHEA 정력제로 과신은 금물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우리 민족성을 아주 나쁘게 표현한 것 가운데 하나가 `들쥐 근성'이다.
무엇이 좋다고 소문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떼를 지어 몰려들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물론 분개해야 될 말이지만 왜 우리가 이런 치욕스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반성해야 될 점도 전혀 없지는 않다.
최근 DHEA가 한반도를 강타한 일이 있다.
DHEA가 `현대판 불로초'라는 소문이 나자 한국에 연고를 둔 재미동포의 집에는 "DHEA를 구해달라"는 전화가 한국에서 줄을 잇는 바람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DHEA를 가방 가득히 사오는 바람에 한국 세관에서는 DHEA를 특별관리 품목으로 분류하고 세관검색을 강화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DHEA의 열풍은 식지 않아 수입상품점마다 DHEA가 불티나게 팔리고, 심지어는 보따리장사와 노점상까지 DHEA를 팔고 다니고 있다.
DHEA는 결코 만병통치의 `현대판 불로초'가 아니다.
더구나 흔히 알려진 것처럼 정력제는 더더욱 아니다.
DHEA의 주성분은 멕시코에서 자라는 야생고구마 속의 다이오스 제닌이다.
이것은 성 호르몬을 만드는 전단계 물질로서 DHEA를 먹으면 우리 몸의 부신피질에서 이를 이용해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테스테론이라는 여성 및 남성 호르몬을 생산하게 된다.
그러나 성 호르몬이 많다는 사실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남성의 경우 성격을 포악하게 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더구나 DHEA가 정력에 좋다는 임상실험 결과는 단 한건도 발표된 적이 없다.
미국 시카고의 재향군인병원에서 21명의 노인에게 성장 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근육량이 증가하고, 지방분이 줄어들어 피부가 단단해졌다는 임상보고가 있었으나 이들 대상노인들을 추적연구한 결과 투여를 중단한 뒤 체력 개선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고,
유방이 병적으로 커지고 손목에 염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세상에 `변강쇠가 되는 약'은 없다.
행여 변강쇠가 되려고 들쥐처럼 몰려다니다가 팔자에도 없는 병을 얻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