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낯선 천국' 오늘의 작가상
기사입력 1997년 05월 13일 15시 14분
김호경씨(35)의 `낯선 천국'이 민음사에서 공모하는 제2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작품은 김, 이, 박이라는 평범한 세 젊은이가 우연한 계기로 자신도 모르게 마약에 중독되어 삶을 망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문열씨 등 심사위원들은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서서히 세기말의 블랙홀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낯선 천국'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믿어온 이성이나 의지의 하잘것 없음을 숨막힐 듯 짧은 문장으로 끔찍하고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세 사람이 마약으로 파멸해가는 과정은 전체적으로 괴기스럽고 불길하고 어처구니없고, 때로는 코믹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하나의 충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기말의 병적 증후를 예각적으로 파헤친 `검은 소설'인 것이다.
마약, 황음 등으로 일그러지는 세기말 인간 군상에 가해진 작가의 블랙 유머는 세기말 일상의 검은 본질을 능란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과정을 그려내는 작가의 손은 흥분 대신 여유라는 붓을 든다.
이 작품에서 마약중독은 알레고리적 의미를 지닌다. 배경이 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황폐한 문화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유혹한다.
그속에서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황폐한 문화에 침윤되어 삶의 건강성을 훼손당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세태소설적인 측면이 많고 그런만큼 진부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마약중독 이야기는 그런 중요하지만 진부한 세태들을 배경으로 만들면서 작품에 긴장을 준다.
김호경씨는 전북 익산 출생으로 교보문고에 근무하며 한양여자전문대에도 출강하고 있다.
